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용폭풍이 '주식회사 일본'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주요 기업들이 올해 예상실적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확산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세계 소비시장을 위축시켰다며 일본 기업들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도요타는 2009년 3월기(2008년 3월~2009년 3월) 연결영업이익이 지난 2008년 3월기 연결영업이익(2조2703억 엔)의 절반 수준인 1조엔~1조2000억 엔에 그칠 것이라고 지난 21일 밝혔다. 또 일본의 주력산업인 전기·전자 분야 주요 업체들도 올해 예상실적을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하향 수정했다.
도요타의 올해 예상실적은 도요타가 처음으로 1조엔 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지난 2002년 3월기(1조1234억엔)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10년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하락할 거란 전망에 대해 도요타는 글로벌 신용경색 확산으로 인한 소비심리 경직, 달러 대비 엔화 가치 급등, 고유가로 인한 고부가가치 상품 매출 감소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도요타는 지난 7월 985만대로 예상했던 2009년 3월기 세계판매대수를 950만대로 하향 수정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선진국은 물론 소비시장으로 급성장 중인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소비시장을 위축시킬 거란 전망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판매고가 전년도(937만대)를 밑돌 것이 확실시되고 최악의 경우 930만대 수준으로 떨어질 거란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또 달러화와 유로화의 신용도 하락으로 인한 엔화의 평가절상도 실적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엔고로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어 그만큼의 실적손실을 보고 있는 것. 그리고 도요타는 환헤지를 위해 통상 달러당 105엔, 유로당 161엔으로 레이트를 상정하고 거래를 하지만 엔고로 인해 상대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환차손은 달러와 유로 뿐 아니라 여타 통화에 대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가 상승도 도요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부근까지 육박, 소비자들의 소형차 선호 양상을 불러왔다. 대형차에서 소형차로의 수요 시프트가 자동차 1대 당 이익률을 저하시켰고 그만큼 도요타의 실적도 감소했다.
도요다는 자구책으로 지난 9월 내수용 자동차 일부차종의 가격을 인상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 효율성을 증대시켰지만 글로벌 악재의 대응책이 되지는 못했다.
도요다 경영진은 올 들어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북미 시장의 상황이 내년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2010년 3월기 실적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 소니도 2009년 3월기 영업실적을 전년 대비 57%나 하향수정 했다.
소니는 지난 6월 2010년도까지 10%의 ROE(주주자본이익률)를 유지하고 액정TV,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이미징, 게임, 휴대전화 등의 주력 4대사업을 1조8000억 엔 규모로 육성한다는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다.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고를 2조 엔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밝혔다.
하지만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수출에 주력하는 소니가 글로벌 악재를 피해 중기경영계획을 문제없이 실행시킬 지는 미지수다.
최근 IT산업의 불황과 고환율,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원자재 값이 소니를 가로막을 전망이다.
또 소니에 이어 세계적인 전기.전자 업체인 도시바와 샤프, NEC도 2009년 3월기 예상 실적을 하향조정 했다.
일본의 주요 금융회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일본 최대 금융사인 미쓰비시UFJ는 순이익 감소와 경기악화, 주식하락의 영향으로 올해 예상실적을 큰 폭 하향 수정했다. 미쓰비시UFJ의 올해 연결순이익은 2007년의 절반 수준인 1000억 엔 전후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2, 3위 은행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과 미쓰이 스기토모 파이낸셜 그룹도 예상실적을 하향 수정해 조정작업에 들어갔고 스미토모신탁은행과 중앙미쓰이트러스트홀딩스 같은 저축은행들도 실적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전방위적인 실적 하락전망에도 히타치는 2009년 3월기 예상 영업이익을 당초보다 720억 엔 많은 1970억 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보시스템 구축서비스(SI)의 수주가 늘었고 하드 디스크 구동장치(HDD)에 대한 신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성 증대를 통해 이익이 확대됐기 때문.
하지만 쇼오야마 에츠히코 히타치 사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올 상반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하반기는 환율과 주가폭락 등 역풍이 강해져 사업환경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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