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폭락 외국인 매도세 강화
22일 코스피가 장중 1100선마저 무너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로경제권 위기론 확산에 따른 유로화 급락으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추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날 아시아증시는 일본이 6.79% 폭락했고 싱가포르와 대만은 각각 3.58%와 1.62% 하락했다. 중국증시도 경기둔화 우려로 상하이종합지수가 3% 가까이 떨어졌고 홍콩 H지수와 항셍지수는 각각 4%와 2% 이상 내렸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5.14% 추락한 1134.59를 기록했다. 지수는 극도로 불안한 투자심리를 노출하며 한때 11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가 1100선을 밑돈 것은 2005년 8월31일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지수가 급락하면서 올들어 9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공세에 나서자 장초반 매수우위였던 기관도 오후들어 매물을 쏟아냈다. 외국인은 3600억원 넘는 매물을 쏟아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받아낼 만한 투자 주체가 없었다.
◆유로화 폭등 亞증시 강타=유로화가 폭락하면서 외국인이 아시아 증시에서 매도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카우프싱은행이 사무라이본드 이표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유로경제권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은 1.28달러선으로 추락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폭등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매도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달러 공급에 나섰음에도 외환시장 불안이 잦아들 기미가 없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증권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것도 외국인 매도에 일조했다.
도이치증권은 코스피 반등을 위해서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쳐야 한다며 코스피 목표치를 1020으로 하향 조정했다.
◆외국인 매도 수급공백 지속=외국인 매도로 인한 증시수급 공백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신용경색 심화로 국내증시도 디스카운트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증시 침체기를 고려할 때 코스피 저점은 1100포인트부근에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은 "실물 경기가 악화되면 도산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다. 금융기관 대출자산 부실이 다시 한번 금융쇼크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시 전망이 무의미하다는 체념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 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증시를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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