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이달 들어 널뛰기를 계속하자 여행사들이 깊은 한숨을 몰아 쉬고 있다.
게다가 미국發 금융위기는 한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갯속이다. 가뜩이나 경기에 민감한 여행상품의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 이상까지 뚝 떨어졌다. 여행가격 상품이 환율로 인해 5만~30만원 정도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감 또한 대폭 커진 상태다.
이미 예약을 한 고객들도 환율 차이로 인한 환불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불안한 소비심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9일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사에 따르면 유난히 연휴가 길었던 지난해에는 매출실적이 좋은 편이었으나 올해는 세계 금융위기에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어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과 어학연수 등 해외여행이 잠정 중단되고 일반인들도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이달은 환율이 치솟아 여행객들이 비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달 매출은 74억원으로 지난해 비해 46% 급감했다. 영업적자도 3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은 매출 439억원, 영업이익 1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1993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매출 신장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투어의 매출은 매년 20~30% 증가해왔다.
하나투어 김태욱 대리는 “짧은 추석연휴와 중국 베이징 올림픽, 환율 상등 등이 악재로 겹쳐 이달의 여행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하락했다”며 “올 가을은 고가로 허니문을 즐기려는 수요가 지난해보다 많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외 허니문 예약율은 지난해 비해 1.3% 증가했다. 비용도 지난해 평균 144만 4000원이었으나 올해는 14.7% 증가한 165만 7000원으로 상승했다.
하나투어는 1050원으로 적용하던 기준 환율을 최근 1320원으로 올렸다. 출발일 당시, 환율이 내려가면 그 차액은 보상해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워낙 널뛰기 심해 내부 검토 중에 있다.
모두투어는 3분기 매출액 230억 8500만원, 영업이익 10억 49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1%, 영업이익은 79.02%나 감소했다.
모두투어 박유남 계장은 “유가가 안정돼 안심하던 찰라 환율이 상승해 여행업계 전체가 복병을 만났다”며 “여름에 해외여행을 미뤘던 사람들이 겨울에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와 환율 안정, 소비심리 회복 등 3박자가 맞아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올해 말까지 경기침체가 계속 된다면 겨울 성수기도 지금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모두투어는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미국 노비자 프로그램이 여행 수요의 회복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투어 측은 “미국 시장은 5% 미만을 차지, 장거리와 고비용으로 노비자가 된 다해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지 시장 선점의 관점에서 여행사들이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팩키지 상품보다는 개별 자유여행에 주력하고 있는 에프아이투어(여행박사)는 3% 성장을 기록했다. 다른 업체들이 마니너스 성장을 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큰 성과다.
이에 대해 에프아이투어 이상필 팀장은 “여행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나 장거리 고객들이 일본 등 가까운 거리의 자유여행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어 타격을 덜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에프아이투어는 매출의 70% 이상이 일본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주요 수요층은 20~30대 여성들이다. 관련 상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2~5만원대라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에프아이투어 신창연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3·4분기에 매출 80억원, 법인세차감전이익 19억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내국인이 해외여행을 가서 쓰는 비용도 줄이고 있다. 8월에 내국인 1인당 해외여행 지출 경비는 988달러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국내에서 1016달러를 썼다.
8월은 올해 들어 내국인 1인당 월별 해외 지출액이 1000달러 이하를 기록한 첫번째 달이다. 내국인의 1인당 월별 해외 여행 지출액이 방한 외국인의 지출액보다 적은 것은 올 들어 네번째 있는 일.
내국인의 지갑 사정이 특히 올해 나빠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내국인이 해외여행에서 쓰는 비용은 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환율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내한해 올해 관광수지가 7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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