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모두 4조3000억원 규모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중소기업계는 유동성 지원을 은행 자율에 맡기고 있어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등급이 요주의 이상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중소기업을 제시하면 은행이 이를 평가한 뒤 4개 등급으로 분류해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정상기업인 A등급과 일시적 경영난을 겪는 기업인 B등급은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부실 징후가 있으나 회생 가능한 기업인 C등급은 기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한다. 회생 불가능한 기업인 D등급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은행들은 A와 B등급 중소기업에 대출해주고 이자 외에 해당 기업 신주인수권을 받거나 대출 채권을 전환사채(CB)로 바꿀 수 있다.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때 이자율을 낮추는 대신 앞으로 기업이 이익을 내면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은행과 중소기업이 서로 대출 부담을 줄이면서 기업 경영성과를 나누자는 것이다.
C등급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구조조정협약이나 대주단협약(건설사에 한정)을 비롯한 워크아웃제도를 적용해 출자전환, 신규대출, 이자율감면을 지원한다.
금융위는 이같은 대책으로 최근 위축되고 있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이 활성화돼 흑자도산 기업 출현을 막는 효과를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이번 대책을 놓고 자금난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은행 자율로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중기 유동성 지원실적 평가비중을 확대하고 대출 과정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은행 담당 임직원은 대출이 부실화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인센티브와 부책감 완화 조치가 실제 중기 대출로 이어질지가 회이적이기때문이다.
세계적 금융불안으로 은행들이 몸을 사리고 있고 건물을 담보로 해도 대출을 못 받는 중소기업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이 정도 인센티브로 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소기업들 중론이다.
특히 키코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대책 없이 중소기업과 은행협의회를 통해 해결하도록 한데 대해 불만이 쏟아졌다.
중소기업보다 우월한 입장인 은행이 중기 지원대책 주도권을 쥘경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겠냐는 것이다.
현재 키코에 가입한 기업 가운데 132개사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키코 손실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유동성 압박 때문에 키코소송 포기를 은행으로부터 강요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획일적으로 키코손실을 대출로 전환하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부도 위기에 놓인 기업을 우선 살려놓고 보자는 것이다. 이는 은행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더 타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곳은 우량 기업이 아닌 어려운 기업이다. 은행이 우량 기업에 지원하겠다는 것은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곳만 대출하면서 생색내겠다는 이야기이다"고 전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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