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혼란', 실물경제는 '수렁'

2008-10-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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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금리 사상 최고치 美 부동산시장 악화일로

미 의회가 구제금융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본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의 수렁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사상 최대폭으로 상승하고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가운데 신용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 역시 사상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행연합회(BBA)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자금시장에서 익일물 리보(런던은행간금리)는 전일 대비 4.31%포인트 급등한 6.88%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로 일주일 전의 2.95%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은행간 유로화 대출금리(유리보) 역시 1개월짜리가 5.05%를 기록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하원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것이 금리 급등을 이끌고 있는 것이 분석된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손성원 석좌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정치인들은 위험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구제금융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미국 구제금융법안 통과가 난항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실상 자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안을 미 의회가 부결시킴에 따라 신용 불안이 확산되면서 자금 거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포르티스와 덱시아 등 유럽 주요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미국발 신용위기가 유럽을 짓누르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가뜩이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돈줄을 옥죄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리보가 글로벌 금융거래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리보금리가 최고치로 치솟았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RBS의 가레스 클라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공급은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라면서 "금융시스템에 대한 처방책이 될 수 없으며 금융시장의 악화가 지속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56센트(2.4694%) 하락 1.40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대 낙폭이다.

벨기에와 프랑스, 룩셈부르그 정부가 덱시아에 64억유로(92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영국 노던록과 브래드포드&빙글리(B&B), 독일 2위 부동산 업체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 벨기에 최대 금융회사 포르티스에 이어 유럽에 신용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를 확산시켰다. 

신용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 역시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월가에서 가장 신뢰있는 주택지표로 인정받고 있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가 30일(현지시간) 공개된 가운데 미국 주요 20대 대도시의 집값은 7월 들어 전년 대비 16.3% 하락했다.

이는 사상 최대 낙폭으로 미국 주요 도시의 집값은 전월에 비해서도 0.9% 하락했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사실을 반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진단했다.

주요 20대 도시의 집값은 전년 대비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월 대비 집값이 하락세를 지속한 도시도 13개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라스베이거스의 집값이 무려 30% 하락했으며 피닉스 또한 29% 빠졌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거의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8월 기존주택판매 또한 491만채를 기록해 전월의 502만채에 비해 2.2% 감소했다.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간주택가격 역시 20만31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의 22만4400달러에서 9.5% 하락했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이 공개한 7월 주택구매가격 역시 전년 대비 5.3% 하락한 상태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신용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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