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확산시켰던 신용위기 사태가 일단락될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의회 합의안이 마침내 도출됐다.
미 의회는 28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요청한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구제금융 법안은 29일 하원 표결을 거쳐 내달 1일 상원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160쪽에 달하는 합의안의 골자는 행정부가 요구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수용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의 부실 모기지 자산 구입을 가능하도록 했다.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합의에 성공하면서 신용폭풍으로 위기에 몰린 은행권이 여신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으며 신용경색 사태 역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두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는 전일 정부측과 밤샘 협상을 벌였으며 이날 새벽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사진: 미국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진은 28일 기자들 앞에서 구제금융 합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주요 의회 지도자들. 왼쪽부터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 해리 라이드 민주당 원내 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크리스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 |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첫 번째 신호는 런던 은행간 금리인 리보 금리와 함께 기업의 단기 긴급대출자금인 기업어음(CP) 금리의 하락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어 크레딧디폴트스왑(CDS)를 비롯해 부채담보부 증권의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미국 경제의 신뢰가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AP통신은 내다봤다.
그러나 전반적인 전망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제금융이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하더라도 2년이 지나서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6%대를 넘어서며 5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실업률이 반영하듯 미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고 신용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구제금융에만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통신은 신용시장이 상황이 개선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집계하는 시중은행들의 대출 동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대 국책모기지업체 중 하나로 국유화가 결정된 프레디맥이 발표하는 모기지 금리 주간 보고서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제금융 결정이 경제에 득보다는 실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로 단행된 이번 구제금융이 실물경제의 짐을 덜어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규제 강화와 함께 지나친 관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합의안으로 인해 은행권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에단 해리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합의안과 같은 점진적인 조치보다는 '충격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세금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결국 납세자들의 혈세만 까먹게 되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주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는 "구제금융안 자체가 금융업자와 대출업자, 투자자들을 위한 면죄부가 될 것"이라면서 "정작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도 없이 납세자들에게 부담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