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위기로 국내 자동차업계 멍든다

2008-09-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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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여파를 미치면서 국제 경기침체 및 불황으로 이어져 각 국의 소비심리를 위축, 반도체 조선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수출효자’로 꼽히는 자동차수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상품시장의 최대 수요국인 미국의 유동성 경색은 세계 교역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 수출 누계는 전년동기보다 약 10만대 가량이 줄었다. 금액으로는 약 6억 달러 정도가 감소한 수치다.
업체별로는 르노삼성만 크게 증가했고, 나머지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쌍용자동차 등 4사 모두 작년과 비슷하거나 크게 떨어졌다.
한 달 기준으로는 지난 4월 총 23만2000대를 수출하며 올들어 가장 높은 실적을 거뒀으나, 그 후 5개월 연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이번 미국발(發)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앞서 전 세계 경기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리기 시작했던 국제유가 급등 및 환율상승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자동차시장의 불경기를 장기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편집자주>

◆ 미국발 금융위기, 전세계 자동차시장 꽁꽁 묶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실에서 출발한 금융위기가 뉴욕 월가(街)의 거대 투자은행(IB)들을 쓰러뜨리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공항)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난공불락처럼 보여줬던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도 금융위기의 파도에 휩쓸려 힘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 가운데 5위였던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넘어간 데 이어 4위였던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보호 신청을 냈고, 3위였던 메릴린치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는 등 금융쓰나미가 연달아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월가발(發) ‘파고’는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있는 국제금융시스템으로 대서양을 건너 유럽은 물론, 태평양 너머의 중국, 아시아로까지 타격을 주며 전 세계를 불안케 하고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 및 환율상승에 이어 이번 월가의 ‘금융 쓰나미’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의 소비심리는 꼭꼭 얼어, 지갑은 더욱 굳게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세계 경제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미국에서 출발한 국제금융위기가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 세계적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은 수출과 내수에 구분이 없다”며 “그러나 수출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도 “특히 미국의 경기가 침체하면 가장 큰 피해국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중상위 계층들은 금융위기에도 소비를 줄이지 않고 일본산 제품을 쓰겠지만, 한국산을 이용하는 일반 소비계층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국, 동남아산을 찾게 될 거라는 게 그 이유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국제금융위기 사태의 발단이 됐던 미국의 주택시장 경기가 빨라야 내년에나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국제경기 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 수출 역시 침체기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동차 수출의 경우 올 4/4분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3/4분기 실적과 4/4분기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3분기실적은 완성차 업체들의 파업 등 생산차질로 전년동기대비 수출, 생산, 내수가 각각 2.8%, 3.7%, 0.6%씩 모두 감소했지만, 4/4분기 전망은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동, 동유럽, 중남미 등 신흥 수출시장 확대에 힘입어 4/4분기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약 8.9% 증가할 것으로 높게 예측했다.

하지만,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올들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 수출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올들어서도 수 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 같은 전망치의 신뢰도에 의구심이 간다는 지적이다.

◆ 국내 완성차 수출 작년대비 크게 감소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현대∙기아자동차(회장 정몽구, 사진)의 경우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각각 8.8%, 6.7% 떨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우위로 각종 판촉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은 높아졌지만, 주택시장 침체 및 금융위기 사태로 워낙 소비가 얼어붙어 환율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차의 자동차(승용차) 수출실적은 총 63만7100대로 전년동기의 63만8200대보다 약 1100대가 감소, 상승은 커녕 하락세를 보였다.

월별로는 지난 4월 총 9만2524대를 수출하며 올들어 최고의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 지난달에는 수출이 6만1600대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7월의 경우 수출량이 5만2700대에 그쳐, 최근 2년 사이 가장 낮은 실적을 나타냈다.

기아자동차 역시 수출이 작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올들어 지난 8월 누계 수출실적은 총 43만4300대로 전년동기의 49만8700대보다 6만4400대나 떨어졌다.

무려 12.9%나 떨어진 셈이다. 월별로는 지난 4월(6만3400대) 이후 5개월 째 하향곡선을 나타내면서 지난달에는 급기야 4만1900대로 떨어져, 기아차 역시 최근 2년사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기아차의 이 같은 수출실적 하락은 회사의 경영지표상에 고수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공시한 기아차의 지난달 영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내수는 전월에 비해 무려 15.3%가 떨어졌고, 수출도 전달에 비해 10.3%가 감소했다. 전체적인 판매실적은 전월보다 11.6% 줄었다.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
GM대우(사장 마이클 그리말디, 사진)도 올들어 지난달까지 누계 수출실적이 작년보다 떨어졌다.

올들어 GM대우의 8월말 현재 누계 자동차(승용차) 수출실적은 총 49만9600대로 전년동기의 53만2200대보다 약 3만2600대 가량이 감소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노사 임금교섭, 신차 생산라인 조정, 부품업체 파업 등으로 인해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요소들이 많아 수출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GM대우 내부 실적치에 따르면 올들어 수출은 전년대비 소폭 증가한 반면, 내수가 크게 줄어 전체적으로 볼 때 판매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자동차(사장 최형탁, 사진)의 경우도 승용차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올들어 승용차 수출량은 지난 8월말 기준 총 3만900대로 전년동기의 4만4500대보다 무려 1만3600대가 감소했다.

무려 30.5%가 감소한 것으로 월별로는 지난해 평균 5,000∼ 6,000대씩 수출되던 것이 올해들어서는 3,000∼4000대로 떨어진 것이다. 
   
   쌍용자동차 최형탁 사장
 

◆ 르노삼성자동차만 수출실적 크게 늘어 

그러나 유일하게 르노삼성자동차(대표 장 마리 위르띠제, 사진)만 올들어서 수출량이 작년보다 크게 증가해 타 완성차업체들과 대조를 이뤘다.

르노삼성의 경우 올들어 지난 7월 한달동안 총 1만2884대를 수출, 한달 기록으로는 역대 최대실적을 올렸다.

작년에는 한달 평균 3,000∼4,000대씩 수출했던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9,000대에서 많게는 1만2000대씩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누계 수출실적은 작년동기대비 무려 2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8월까지 수출량은 총 3만3900대 였으나 올해는 총 6만5600대를 수출, 93%나 증가한 것이다.

르노삼성차의 이 같은 수출실적은 전체 판매대수 총 13만7200대의 48%에 달하는 것으로 그동안 내수기업으로 인식됐던 르노삼성이 수출기업으로 변모하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르노삼성차 장마리 위르띠제 사장

르노삼성이 이처럼 수출량을 급격히 늘릴 수 있었던 데는 QM5(수출명 콜레오스)와 지난 SM3(수출명 써니)의 역할이 크다.

QM5는 지난달 총 5,050대가 수출되면서 올들어서 총 3만3672대가 수출됐다. SM3도 지난달에 4585대가 수출되는 등 매달 평균 4000대씩 수출되면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 마리 위르티제 사장은 지난 1일 창립 8주년을 맞아 “그동안 구축된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속화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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