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온실가스 배출량 할당제’(일정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관이나 기업 등에 배출 허용량을 강제 할당하는 제도, 이하 할당제)가 ‘추진’에서 ‘검토’로 입장이 선회됐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은 물론 성장·투자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할당제가 잠정 보류됐다는 점에서 철강업계는 내심 안도하는 눈치나 할당제가 완전히 삭제돼지 않았다는 점, 우리나라의 교토의정서(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 가입여부가 남았다는 점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계획이다.
◆ “온실가스 규제방안을 도입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는 19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열고 할당제를 도입하는 대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배출량 거래제 도입 검토’를 골자로 한 ‘기후변화대책 기본법’(제정안)을 입법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정부의 입법예고 뒤 관련 업계의 심각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던 할당제가 사실상 표류된 것으로 비쳐지는 대목. 최근 개최된 ‘제32회 철강산업 발전세미나’는 할당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22일 “철강, 중공업 등 관련 기업들이 직접 정부를 상대로 (할당제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충분히 업계의 뜻을 전달했다”면서 “정부가 우리 쪽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온실가스 규제방안을 도입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가입여부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인 상태”라면서 “그 결과에 따라 입장을 정하자는 것이 전반적인 업계의 입장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할당량을 정해놓는다는 것은 그 총량에 의해 해당 기업의 추가투자나 성장, 발전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 “‘할당제’는 세계적 논의와 방향이 달라”
이어 그는 “세계 산업계가 각국 정부와 공조를 맞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연구, 고민해 왔다”면서 “이번 정부의 가이드라인(할당제)는 이러한 논의와 방향이 달랐기 때문에......(업계가 반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업계들 간의 깊이 있는 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내 문제가 아닌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부제철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온실가스 규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준비하는 부분은 없지만 철강협회나 포스코가 주축이 돼 관련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기업과 정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함에는 분명하다”고 짧게 답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