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호황을 맞고 있는 반면 일부 국내 중소형 조선업계는 자금난으로 원자재 확보 등이 어려워 수주를 포기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 ||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생 중소형 조선사들이 무리한 확장과 수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철강 유통업계가 현금 판매 외에는 물량 공급을 중단하는 등 철저히 보수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철강 유통에서는 최근 A, B, C, D사 등 신규 조선사이거나 기존 선박 수리에서 신규 수주 조선사로 전환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금 난으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어음 판매를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라남도 진도의 A신생 조선소는 얼마 전 체결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수주계약을 해약했다. 이 회사가 수주를 포기한 것은 자금조달을 못해 도크(dock) 증설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데다 후판 등 원자재 확보상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해남의 B사 역시 쌓여 있는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제2도크 건설에 착수해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시설자금을 구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설사 다시 자금을 조달 받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완공이 어려워 수주 물량 납기를 맞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금 유동성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전남 목포의 C사 역시 3조원어치의 일감인 벌크선 60척을 수주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올 12월로 예정된 1호선 인도 기일도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호황을 바탕으로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신생 조선업체들이나 조선 수리소에서 신규 조선소로 탈바꿈 한 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반증.
또한 최근 들어 은행권 자금줄까지 막히면서 그동안 진행해 온 도크 건설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후판 수급난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철강업체들이 후판 가격마저 큰 폭으로 인상돼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후판은 조선업계가 쓰고 있는 철강재 중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인 만큼 수급이나 가격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만큼 피해가 큰 품목이다.
실제로 일본 철강사들은 한국향 후판 가격을 t당 기존 900달러 대에서 1300달러 이상으로 400달러 넘게 올렸다.
중소형 조선사들의 이 같은 문제는 후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철강 유통업계는 형강, 단강, 강관, 봉강 등 각종 철강재 공급에서도 기존 어음 판매를 축소, 현금 판매로 전환하고 있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의 입장에서는 자금난이 자재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상태다.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조선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후판 부족으로 공정이 지연되는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물량을 조기에 확보해놓은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철강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달치 공급량에 대한 대금을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일부 조선사가 대금을 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물량을 더 지원달라고 조선사에서 이야기 하지만 이 상태에서 누가 물건을 주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최근 철강 유통 역시 건설업계가 연일 부도로 힘들어 하면서 판매 부진과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기다 일부 조선업계 마져 속을 썩여 힘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