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은 8일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적절한 시기에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기만 남았을 뿐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HSBC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파기하지 않을 경우 2년 8개월을 끌어온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연내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HSBC가 제출한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신청) 자료를 심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며 다만 일부 보완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라면서 "추가 검토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적절한 시기에 승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은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0월 안에, 늦어도 연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심 판결에서 론스타의 혐의가 없을 경우 금융위는 곧바로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이 시한인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유지하며 가격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HSBC와 론스타가 계약을 유지한다는 전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전 위원장은 승인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해 1심 판결 전이라도 승인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부가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시금석이 되는 사안인 만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등을 감안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해결하는 것이 국익과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1심 판결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정책적 판단으로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전격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추가 자료를 8월 말까지 제출하지 않은데 대해 금융위가 과태료를 부과하고 외환은행 보유 지분의 매각 명령을 내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이달 초에 발표한 만큼 론스타로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돼도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위가 1심 판결 전에 HSBC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경우 "1심 판결을 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투기 자본의 `먹튀'를 도와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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