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주가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1100원선을 돌파했다.
주가도 전일 대비 6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1414.43을 기록해 1400선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환율 급등으로 국내 증시에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고 이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로 다시 환율이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모양새다.
◆ 환율 1100원선 돌파…"달러가 부족해" = 1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7.00원 오른 111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3.00원 오른 1092.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후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3년 10개월 만에 1100원선을 훌쩍 넘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 강세와 주가 급락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8월 무역적자가 7개월 만에 최대 수준인 32억2900만달러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들어 적자 규모는 115억7800만달러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역 적자 폭까지 확대되면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들어오는 달러보다 흘러나가는 달러가 훨씬 많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쏟아부을 수 있는 달러 규모가 많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외환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의 환율 급등세에 대해 정부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한 대량 매도 개입에는 나서지 않았다. 지난 7~8월 300억달러 가량을 외환시장에 투입한 상황에서 무역 적자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인위적 개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120~114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는 9~10일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집중되기 때문에 당국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환율의 다음 저지선은 1120원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주가도 폭락…금융시장 '패닉' = 이날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9.81포인트 내린 1414.43으로, 코스닥은 31.07포인트 하락한 439.21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가는 외국인 및 개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가 거세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이 확대됐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한데다 열대성 폭풍인 구스타브가 미국 연안으로 접근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점도 주가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1400선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신용경색 등 기존 악재에 환율 급등, 구스타브 출현 등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1400선이 증시 바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증시 바닥을 1440선으로 예상했지만 악재가 겹치고 있어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외채 증가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 및 개인의 대외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에 따른 위험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간부회의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조기경보시스템 및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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