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본, 중동 부동산시장서 발 뺀다?

2008-09-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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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등 해외자본 이탈 조짐 <Br> 중동 왕족 등 현지 자본 상쇄 가능 주장도

중동 부동산시장도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용위기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로 상징되는 중동의 부동산시장에서 외국계 자본이 발을 빼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바이와 아부다비, 쿠웨이트 등 중국 주요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돌아섰다고 아라비안비즈니스가 최근 분석했다.

이들 해외자본은 중동보다 더욱 싸고 경쟁력을 확보한 지역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동 부동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거대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존스 랭 라살(Jones Lang LaSalles)의 파디 무살리 이사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투자기관들은 걸프 지역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동 지역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다른 지역의 위기에 대처하기도 바쁜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신용위기 여파로 미국 등 해외자본이 중동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신용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서구를 중심으로 해외자본은 중동 부동산시장의 성장을 이끌다시피 한 것이 사실. 그러나 이제 중동 부동산시장은 현지 자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머징마켓 조사기관 REIDIN에 따르면 올들어 두바이에서 거래가 이뤄진 부동산 매매 중 유럽 또는 미국 투자자들이 참여한 거래는 전체의 5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파 캐피탈의 찰스 그래함 부동산 펀드매니저는 "많은 사람들이 중동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현지인들"이라면서 "현지 자본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자본이 중동 부동산시장에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은 단지 해외자본에 대한 규제 때문만이 아니라 가격이 꼭지를 쳤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두바이 집값은 지난해부터 80%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 로이터가 최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내년 중동 부동산 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한 뒤 15% 가량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동 부동산시장의 조정 조짐은 포착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쿠웨이트 부동산 거래는 65% 급감했다. 거품을 우려한 정부 당국이 거래 자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탓이다.

사빌스 캐피탈 어드바이저의 라샤드 야쿱 이사는 "중동 부동산시장의 투명성 자체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해외 자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보다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해외자본이 빠져 나간다고 해서 중둥 부동산시장에 위기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야쿱 이사는 "중동의 왕족이나 집권 세력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땅에 자신의 자금을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줄인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감소를 중동 지역 투자자본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체 햄톤 인터내셔널의 크리스토퍼 스틸 이사는 "이집트와 시리아 등에서 매년 40만명 이상이 두바이로 오고 있다"면서 "이들은 모두 집과 상업용 부동산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중동 부동산 낙관론자들은 역내 인력의 수요만으로 부동산시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는 부동산과 인프라스트럭쳐 프로젝트 규모만 1조5000억달러(약 1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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