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발 빼자 환율 급등…1054.9원 연중 최고치

2008-08-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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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당국의 개입 없이는 환율 상승세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5.60원 오른 달러당 1054.9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5년 10월25일 1055.50원을 기록한 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함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3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렸다.

이날 환율은 전날 외환 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 여파와 연고점 돌파 부담으로 1.30원 하락한 1048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한동안 눈치보기 장세를 연출했다.

오전 중에는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상승폭이 제한된 채 1051원 부근에서 공방을 벌였지만 오후 들어 외환 당국의 매도 개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환율이 본격적으로 상승 반전했다.

전날에는 환율이 1053원까지 치솟자 외환 당국이 신속하게 시장에 개입해 1040원대로 고점을 낮췄지만 이날은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진 것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럽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역외 투자자들의 달러화 매수가 지속된 것이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 6개국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76.91로 전날보다 0.1% 상승했다.

미국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래디맥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전망과 금융회사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에 나선 것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8.12포인트(1.83%) 내린 1512.59로 거래를 마감한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은 1246억원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매도 개입에 나서지 않은 것이 환율이 상승한 주된 요인"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내일 장 중에 장중 연고점(1057.3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환 당국이 지속적으로 매도 개입에 나서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이미 개입에 나섰다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한데다 외환보유고 손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은행의 외환 딜러는 "외환 당국이 시장에 달러를 더 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환보유고에 대한 환차손도 커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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