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대한 침체 논란이 다시 가중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침체 여부를 떠나서 언제부터 침체에 빠졌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신용위기와 고유가, 부동산 시장 악화로 사실상 침체에 빠진 가운데 경제침체가 지난해부터 시작됐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의 연 0.9%에서 1.9%로 상승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부동산 시장 악화와 고용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결과를 보인 것이지만 월가가 전망한 2.1%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우려를 가져왔다.
<사진설명: 미국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안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매물로 나온 토지의 간판> |
GDP가 증가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6월말까지 정부가 780억달러 규모의 세금환급을 실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달러 약세에 힘입어 수출은 증가한 대신 수입이 6.6% 감소해 7년래 최대폭 줄었다는 사실도 GDP성장률 호전에 기여했다.
이에 힘입어 무역적자는 7년래 최저 수준인 3952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종전의 0.6%에서 -0.2%로 하향 수정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가장 최근 경제침체 시기인 2001년 이후 처음있는 일로 1분기 성장률도 1%에서 0.9%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말부터 실제로 경제침체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증시와 달러 약세, 채권 상승으로 반응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넘게 하락해 1만1378.02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0.18% 하락했다.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0.1% 상승한 1.5592달러를 기록했고 달러/엔 환율은 107.87엔을 기록해 0.24% 떨어졌다.
하트포드의 퀸시 크로스비 매니저는 "이날 지표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였다"면서 "증시가 반길리 없다"고 평가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물가가 예상보다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2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 4.2% 상승했지만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2.1%로 떨어졌다. 전분기에는 2.3%를 기록한 바 있다.
연준이 설정한 물가 안정권은 2%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