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고시를 강행키로 함에 따라 통합민주당 등 야당과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속전속결로 밀어부치고 있다.
고시를 연기 했을 시 미국과의 무역 통상 마찰 등으로 인해 득‘(得) 보다는 `실’(失)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일 ‘촛불 민심’을 의식해 ‘4.18 쇠고기 협상’ 결과에 따른 고시를 이미 유보했다. 그 이후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이번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고시를 또 연기할 경우, 미국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던 터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핵심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이었다. 하지만 이번 추가협상을 통해 이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낸 점을 감안, 미국 측의 추가협상이나 재협상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한승수 총리는 25일 고위당정회의에서 "국가 간 관계에서 합의사항 준수는 국가신뢰도를 바탕으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라며 "경제의 70%를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야권의 거센 저항과 촛불 민심 등 뒤로 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미국과의 통상 관계를 우선적으로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검역강화와 원산지표시 확대 등 보완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한나라당의 고시 관보 게제 결정에 대해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고시를 강행하고 정체성 운운하며 협박한다면 야당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고시 강행을 철회하고 무기한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시 관보게재는 국민을 기망하고 우롱하는 처사"라며 "양국 협상대표의 서명이 있는 합의문이 없는 만큼 국민에게 이 사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라"고 주장했다.
강기갑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지도부 10여명은 25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 면담을 위해 인도행진을 벌였으나 곧 경찰에 가로막혀 연좌농성을 벌였다.
야권 3당은 이미 한미쇠고기 추가협상에 따른 공조를 약속한 바 있어 '쇠고기 고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고시강행은 국민을 향한 전쟁선포”라면서 촛불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과 몇몇 사회단체 회원들을 이간질시키려는 비열한 짓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회의는 "쇠고기를 전면 수입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검역주권을 훼손한 이명박 정부"라며 "평화적인 촛불문화제를 탄압하려 한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광우병경남대책회의는 25일 오전 경남 창원시 한나라당 경남도당 앞에서 ‘추가협상 관보 게재 강행 한나라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은 이력추적도 안 되고 불확실한 치아감별법으로 검사한 쇠고기의 연령을 못 믿는다”며 “QSA 등 미국 축산업자 손에 맡긴 규제에 대해서도 국민은 안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은 관보 게재 이후 곧바로 검역을 신청하기로 했지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와 주요 외식체인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를 감안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동 물량을 중심으로 소량을 수입, 수요가 생길 때까지 여론을 의식하고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업계는 작년 10월 검역 중단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발이 묶인 미국산 쇠고기부터 검역이 재개되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시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 국내에 들여오는 미 쇠고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순께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육류 수입업자 모임인 한국수입육협의회(가칭)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차단 품목에 조건부로 추가된 30개월 미만의 뇌, 눈, 척수, 머리뼈 등 4개 부위에 대한 수입제한 추가 자율결의에 현재 70여개 업체가 동참했으며 이르면 내주 초에 발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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