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 감소 등 공급 차질 우려 속에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몰린 탓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일 대비 2.03달러(1.8%) 오른 배럴당 113.7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가 배럴당 113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1983년 원유선물 거래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이날 WTI의 배럴당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78%나 급등한 수준이다.
5월 인도분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2.89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가 집계한 미국의 휘발유 소비자 평균 판매가격도 갤런당 3.386달러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1.38달러(1.3%) 오른 배럴당 111.22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장중 한 때 배럴당 112.80까지 치솟는 등 장중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유가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의 올해 원유 생산량이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지난 1분기 원유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또 주요 원유 수출국인 멕시코의 원유 수출항이 기상악화로 폐쇄되는 등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각종 악재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단기 투자자금이 달러 가치 하락과 미국 증시 하락의 여파로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에릭 위트너 와코비아증권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확장세가 에너지와 금속, 곡물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와 헤지펀드 등이 증시에서 빠져나와 상품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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