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이동통신.IPTV.EVD 등 첨단산업 망라
'선진국과 기술격차 좁혀야 ' 지적도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표준 제정으로 새로운 세계시장 질서를 만들어 나가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막대한 자본력과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중국 중심의 새로운 기술표준을 만들어 제조업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산업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경쟁은 표준경쟁으로 진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시장을 선점 진출해 표준을 통제하면 후발주자는 좋든 싫든 이미 정해진 시장의 표준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에서 일고 있는 일련의 ‘중국 독자표준 정책’ 추진움직임은 이미 중국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나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독자적 기술표준은 최근 3세대 이동통신 선정부터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 기존 세계 표준영상 압축기술인 DVD를 대신할 EVD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먼저 중국은 13억 인구의 자국시장을 무기로 내세워 TD-SCDMA(시분할연동코드분할자동접속)라는 독자적인 기술방식을 선보이면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경쟁구도에 뛰어들었다. 기존 3세대 이동통신에는 크게 동기식의 CDMA2000(미국), 비동기식의 WCDMA(유럽) 등이 있었다.
TD-SCDMA는 지난 1998년부터 중국 따탕(大唐)통신과 독일 지멘스가 공동 개발한 중국만의 독자적인 3세대 기술표준이다. 이는 CDMA2000, WCDMA 등과 함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3세대 기술표준중 하나로 선정된 기술이다.
이 기술의 특징은 다수의 가입자가 하나의 주파수로 시간대역을 구분해 통신하는 데 있다. 따라서 별도 송ㆍ수신 주파수를 가지고 통신하는 WCDMA 등보다 주파수 효율성이 더욱 좋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자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다른 3세대 기술방식에 비해 주파수 효율성이 30% 이상 높다.
현재 중국은 TD-SCDMA와 CDMA2000, WCDMA 등을 모두 3세대 통신서비스로 정의해 놓고 곧 사업자를 선정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TD-SCDMA 통신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동기식(CDMA2000)이나 비동기식(WCDMA)을 단독으로 채택하지 않고 자국이 연구개발에 나선 TD-SCDMA라는 기술표준 방식을 내세워 향후 세계시장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원쟈바오(温家宝) 총리가 가장 먼저 SK텔레콤의 연구소에 들러 자국에서 만든 TD-SCDMA 표준 테스트베드 개통식에 참석한 사실만 봐도 중국의 내심을 잘 읽을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는 MPEG-4와 H.264를 IPTV의 기술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AVS를 기술표준으로 채택하려 하고 있다. AVS 기술로 구현된 IPTV 화면 모습.
중국의 독자 기술표준 움직임은 이처럼 3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IP(인터넷프로토콜)TV에서도 독자 기술표준을 채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PTV는 초고속으로 연결되는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골라서 볼 수 있는 신기술로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하나TV와 매가패스TV에서는 이미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관련업체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IPTV 기술 관련업체들이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MPEG-4와 H.264를 IPTV의 기술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같은 외국의 기술표준 대신 자국이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독자 기술표준인 AVS를 채택하려 하고 있다.
이미 AVS 기술표준중 영상표준을 국가표준으로 채택했고 올해안에 음성표준도 국가표준으로 채택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밖에 선진기술의 독자 표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열망은 3세대 통신과 IPTV에 이어 세계적인 영상표준 압축기술인 DVD에도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과거 중국의 DVD 관련 생산업체들은 DVD 관련 지적재산권 사용에 대한 로열티 지급으로 연평균 3억2500만달러를 지불해 왔다.
영상표준 압축기술에서 중국이 추진중인 EVD 기술은 이같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향후 세계시장을 중국 중심으로 끌고 가기 위한 중국의 복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일부 가전업체들은 올해부터 DVD 플레이어 생산을 중단하고 EVD 플레이어를 생산키로 해 기존 DVD 플레이어 시장에 파란을 몰고 왔다.
앞으로 중국은 과거 선진국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기술을 사용하던 산업형식에서 벗어나 거대한 국내시장에 힘입어 자국의 독자적인 기술표준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행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수준이 선진기술과 비교해 크게 뛰어난 점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기술수준이 여전히 뒤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3세대 이동통신의 기술표준인 TD-SCDMA는 WCDMA 등에 비해 주파수 채널의 대역폭이 좁아 시스템 효율이 떨어지고 시속 240km 이상으로 고속 이동하는 경우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단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독자적인 EVD 기술을 개발해 영상표준 압축기술의 표준을 바꾸려 하고 있다. EVD 기술로 구현되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 새로운 영상 압축기술로 여겨지는 EVD도 재생시간이 기존 DVD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기술적 문제점으로 인해 평균 상영시간이 120분인 헐리웃 영화를 담기에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EVD 방식의 영화가 충분히 출시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기술중심을 향한 중국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김민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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