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지 아데니-존스 韓 첫 개인전 '무아경'…넘실대는 꽃의 물결속으로

2025-01-09 18:32
화이트 큐브 서울 올해 첫 전시
강렬한 색감…디아스포라적 정체성 탐구
서울 맞춤 새 연작 선보여…몸을 둘러싼 공간에 집중

Tunji Adeniyi-Jones ‘Immersions', White Cube Seoul10 January–22 February 2025 ©Tunji Adeniyi-Jones.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타오르는 듯한 꽃의 물결이 역동적으로 춤춘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캔버스로 몸을 던진 인물들이 물결 사이를 부드럽게 유영하고 있다. 생명력이 넘실대는 강렬한 색채의 꽃에 둘러싸인 인물들은 관람객을 향해 속삭인다. "당신도 들어와요."  

화이트 큐브 서울은 올해 첫 전시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영국 작가 툰지 아데니-존스(Tunji Adeniyi-Jones, 1992년 런던 출생)의 국내 첫 개인전 ‘무아경’(Immersions)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런던 나이지리아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난 툰지 아데니-존스는 강렬한 색감의 회화로 잘 알려져 있다. 나이지리아 요루바 민족의 전통, 서아프리카 고대사,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 등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받은 그는 아프리카인의 주체성과 자율성, 작가 스스로가 가진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 왔다.
 
툰지 아데니-존스가 9일 서울 강남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열린 '무아경'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화이트 큐브]

툰지 아데니-존스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이라는 도시에 맞춰 새로운 연작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가 한국의 추운 겨울에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겨울이란 계절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했다”며 “작품을 만들 때는 이를 둘러싼 주위 환경, 기후 등에 대응하면서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블루, 바이올렛, 레드, 펄 화이트가 두드러진다. 특히 펄 화이트는 서울을 뒤덮는 흰 안개와 한국 문화에서 절제를 상징하는 백색에서 영감을 얻았다. 아울러 이전 작품들이 움직이는 몸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신작들은 그 몸을 둘러싼 공간에 집중했다.
 
Tunji Adeniyi-Jones ‘Immersions', White Cube Seoul10 January–22 February 2025 ©Tunji Adeniyi-Jones.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툰지 아데니-존스는 인물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진동과 색의 파동을 강조했다. “전시한 몇몇 작품에는 신체의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신체의 척추, 어깨, 사지 등의 형태를 느낄 수 있다. 이전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환경에는 ‘힐링’의 힘이 있다고 봤다. “작품과 배경이 맺는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작품 속 인물이 주변 환경과 녹아 들어가고, 어떤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서아프리카 혹은 나이지리아의 문화에서는 자연에는 힐링의 힘, 영성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다.”
 
한편, 이번 전시는 툰지 아데니-존스의 화이트 큐브에서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2023년 홍콩, 파리, 2022년 및 2021년 화이트 큐브 런던 전시에 이어 서울에서 첫 데뷔전을 갖는다. 전시는 1월 10일부터 2월 22일까지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