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황동혁 감독 "'오징어 게임3', 더 충격적…마음의 준비 하시길"
2025-01-07 16:09
3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게임 이야기를 담는다. 뜨거웠던 인기만큼 시청자의 반응도 나뉘지만, 여전히 작품에 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공개 직후 92개국 1위를 기록, 4일 만에 누적 시청 수 6800만을 기록한 바 있다.
"시즌 2에 대한 기대가 큰 걸 알고 있었어요. 시즌 1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신선한 작품이었지만, 시즌 2는 너무 유명해지다 보니 각자 기대하는 바가 다를 거로 생각했죠. 게임이 더 강화되길 바란다든지, 자본주의 비판이 더 강했으면 좋겠다든지, 사람마다 기대가 커져 있어서 만족하기도 하고, 못 미치기도 했을 거예요. 또 결말이 명확히 지어진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만이 나올 것도 예상했죠. 사실 신선함이나 여러 면에서 시즌 1만큼은 힘들 거로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받을 만큼의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 싶어요. 로튼토마토 점수가 90에서 80대로 내려갔다고 해도, 10명 중 8명이 좋게 봤다는 거잖아요. 그 정도면 시즌 2로 충분히 합당한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당초 시즌2와 3는 하나의 이야기였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시즌을 나누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시즌 2에서 집중한 건 기훈이라는 인물의 도전이에요. 사실 시즌 2와 3는 처음부터 하나의 이야기로 기획했어요. 처음엔 한 시즌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쓰다 보니 분량이 길어져서 열몇 개 에피소드가 되더라고요. 한 번에 다 내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 넷플릭스와 논의 끝에 시즌을 나누기로 했어요. 저도 그게 더 납득이 갔고요."
황 감독은 시즌2의 핵심에 관해서 언급하며 시즌3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관해서도 귀띔했다.
"시즌 2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훈이라는 '선의만 가진 돈키호테'가 자신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제도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이야기예요. 안으로 들어가서는 작전이 실패하면서 기훈도 투표라는 제도를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데,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죠. 그래서 마지막에는 싸움을 통해 혁명을 시도해 보려는 마음을 가지게 돼요. 하지만 그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마지막 노력마저 수포가 되면서 시즌 2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즌 3은 그 이후의 이야기예요. 죄책감과 원망을 품은 인물이 그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며 나아가느냐를 다루게 될 것 같아요."
"시즌 1은 사실 좀 관성적인 이야기였어요. 기훈이 게임에 참가하고 '새벽' '알리' 같은 선한 그룹과 만나고 반대편의 '덕수' '미녀' 같은 악당 그룹과 대립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시즌2는 그보다 더욱 넓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기훈'을 좌절시키려는 '인호', MZ 세대 갈등 구조를 보이는 '타노스' 등을 통해 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었죠. 젊은 계층의 문제를 통해 소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룹을 여러 개 만들다 보니까 구조가 복잡해졌어요. 시즌 3에서 다시 좁혀지면서 이야기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될 거예요."
'오징어 게임2'에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인물은 '타노스' 역의 최승현이었다. 그는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오징어 게임'으로 연예계 복귀 소식을 전하자, 일부 시청자들은 그를 '인맥 캐스팅'으로 지적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또한,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연기가 논란을 일으키며 비난이 쏟아졌다.
"시즌 1에서도 미녀나 덕수 같은 과장된 캐릭터들이 등장했잖아요. 그때도 해외에서는 재밌게 봤고, 한국어 뉘앙스를 더 과장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해외 관객들이 많았죠. 문화권에 따라 반응이 달라서 그런 거 같아요. 시즌 2에서 타노스를 만든 이유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었어요. 성기훈이라는 캐릭터가 심각하다 보니, 그와 대조되는 캐릭터가 필요했죠. 물론 한국에서는 이런 캐릭터가 싫어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어요. 첫 등장에서 랩으로 플러팅을 하는 모습은 저조차도 '이게 맞나' 고민했으니까요. 그래도 그 톤을 밀어붙였을 때 생기는 힘이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황 감독은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에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정도일 줄 몰라서 사실 조금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차시켜야 하나? 그런데 감독 입장으로 리딩 때부터 진땀을 흘려가며 자기를 희화화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진지하게 연기하는 친구를 내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냥 한번 가보자고 결정을 내렸어요. (최승현은) 결과적으로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그걸로 판단을 받아보자고 했죠. 만약 이후에도 반응이 나쁘다면 누가 또 그를 쓰겠어요. 평가를 한 번 받아보는 거죠. 그런데도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본인도 하고 싶을 거예요. 앞으로도 숨어서만 지낼 게 아니라면, 사과하고 해명할 일이 있다면 해야죠."
황 감독은 글로벌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곳곳마다 한국적인 감성과 장치를 심어놓았다. 특히 근대 5종으로 불리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故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는 그야말로 상징적이다. 1988년 공개된 '그대에게'는 지금까지도 학교 축제, 운동회 등에서 응원가로 불리고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시즌 1이 잘 되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어떤 노래인지 궁금해하면 알아보려고 할 테니까요. 그런 자신감과 배짱으로 선곡한 거죠. 그 곡을 '기훈' 팀이 경기할 때 쓴 이유는 '응원'을 위해서였어요. 마지막으로 게임에 나서는 팀이니 그때는 응원하는 이가 아무도 없잖아요. 그들을 위한 응원으로 '그대에게'를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10여 년 전부터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 시간 기획하고 제작해 2021년 시즌1이 공개되었고 2025년 현재는 시즌3의 후반 작업을 진행 중. 긴 시간 '오징어 게임'을 이어가는 심정은 어떤지 물었다.
"'오징어 게임2' 촬영만 거의 1년을 했어요. 200회차를 찍었죠. 지금은 후반 작업을 하며 동시에 홍보하고 있어요. 체력적, 정신적으로 쉴 틈이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그랬어요. 솔직히 지쳤습니다. 하하.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기대작이고 중요한 작품이니 쉬는 날에도 온통 '오징어 게임'만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야죠. 시즌3까지 공개되면 또 다른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요. 그때까지 건강관리를 잘해두어서 끝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3'에 관해서 귀띔했다.
"지금 후반 작업 중이고, 올해 여름쯤 공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즌3은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거예요. '세상이 나빠지면, 사람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예요. 큰 충격이 있을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기실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