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오징어게임 속 놀이, 몇 개나 해봤니?"
2025-01-06 06:00
최근 공개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는 딱지치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여러 놀이가 나온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일곱 살인 우리 애는 살면서 저 놀이 중 몇 개나 해볼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태권도 학원에서 배운(?) 덕분에 잘 알고 있지만, 그 외 놀이는 아이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이 술래잡기 '얼음땡'이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최근 통화한 지인의 고민도 겹쳤다. 그는 유치원생인 아들이 하원할 때 반 친구들에게 "놀이터에서 놀자"고 말해 민망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하원 후 가야 할 학원이 많아 바쁜데, 아들이 자꾸 "놀자"고 말해 주변 엄마들의 눈치가 보였던 지인은 하루는 아들에게 “유치원 끝나고 친구들한테 놀이터서 놀자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에게 미안하고,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그 말을 내뱉은 게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책 ‘불안 세대’(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는 ‘현실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보호’를 지적한다. 1996년 이후 태어난 아동이 청소년기 들어 불안과 우울 등 정신질환을 앓는 불안 세대가 된 주요 원인이 이 때문이란 것이다.
저자는 영상 시청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몰두하는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탄생하면서 ‘놀이 기반 아동기’가 종말을 고했다고 분석한다. 아이들이 방과 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 사라졌고, 친구들과 밤중에 밖에서 모험을 즐기는 일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닮아가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바꿀 힘을 길러주기보다는 그 힘의 싹마저 자꾸 잘라내는 건 아닐까. '불안 세대' 저자의 한마디를 통해서 새해에는 '내 행동부터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당신의 행동이 말보다 훨씬 중요할 때가 많으니, 자신의 휴대폰 사용 습관을 면밀히 살피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