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본말전도에 근간 흔들리는 카드사들
2024-12-25 17:00
"카드수수료가 올해엔 안 떨어질 줄 알았는데, 심히 당혹스럽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 하니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카드수수료처럼 떨어지기만 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 논의 결과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목으로 카드수수료를 볼모 삼아 일방통행을 이어왔다. 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관련 제도를 도입한 이래 올해까지 다섯 차례 모두 인하했다. 관련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인 지난 2007년부터 세어보면 카드수수료는 15차례 모두 내려서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는 주요 수익원으로서 역할을 상실했고, 매출이 늘어도 수익은 되레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카드사들은 덩치가 큰 중견·기업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혜택이 쏠쏠한 '혜자 카드'를 없애거나 무이자할부를 축소했다. 이렇듯 금융소비자 효용은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수익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카드사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맡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의 금리는 올해 25% 줄어든 데 반해 카드론 금리는 하반기 들어 오름세를 보인다. 카드론이 무담보 대출에 별다른 심사를 거치지 않아 서민·취약계층의 '급전' 통로로 쓰이는데, 불경기 속 서민들의 금융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