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소비활성화와 포용금융, 카드사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야
2025-01-02 18:00
현실에서 신용카드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미국 호텔과 주유소에서 고객의 신용을 기록하고 나중에 결제할 수 있는 금속 등 다양한 재질의 카드를 제공하면서다. 이후 다수 상점에서 하나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 카드가 출현하면서 신용카드 시장 발전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국내는 1969년 신세계백화점 카드가 삼성그룹 임직원 대상으로 발급하던 것이 시초였고, 이후 은행계 카드사와 기업계 카드사들이 설립되면서 신용카드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IMF 외환위기 이후이다. 외환위기 직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제정되고 소비를 통한 경기 부양과 함께 현금 사용으로 인한 탈세방지를 위해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때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지도,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폐지, 신용카드 소득공제,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 등이 도입됐고, 이는 경제회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시기 신용카드 시장은 1997년도 23조원 수준에서 2002년 260조원 규모로 10배 이상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이때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연체율과 부실률이 급증하는 이른바 '카드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부실카드사의 매각과 신용카드 이용규모의 감소도 나타났다. 이후 금융당국의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을 통해 시장은 정상화되었으며, 신용카드 이용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2024년 현재 1000조원 수준에 달하게 되었다. 민간 최종소비지출에서 카드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95%에 이르고 있다.
신용카드는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지급수단으로 혜택과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해 왔다. 경기둔화 시 금융접근성이 제한된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긴급한 자금지원의 안전망 역할도 수행해 왔다. 이는 어쩌면 카드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고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신용카드 시장은 지속적인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지급결제 부문의 수익성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혜택 축소로 이어지고 카드사용 유인의 감소와 함께 소비진작과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약화시키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 문제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대출 확대도 쉽지 않아 금융접근성이 제한된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긴급한 자금지원의 안전망 역할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내년도 한국 경제전망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주요국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었고, 국내 정치불안 고조와 수출경쟁력 약화 등으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9월에 예측한 2.2%에서 0.5%p 하향 조정한 수치이다. 그만큼 최근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에 카드사는 1888년 유토피아를 꿈꾸던 에드워드 벨라미의 소설처럼 경제의 최종 소비파트너이자 서민금융의 지원 허브로서 소비활성화와 포용금융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회복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카드사의 지급결제 부문 수익성을 개선해 소비자혜택이 유지될 수 있는 카드수수료 구조가 필요하며, 소비자들이 카드대출을 통해 유동성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유연한 대출규제도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