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으려면 서울로 와"…저축銀 가계대출 71%가 서울 집중

2024-12-31 18:00
저축은행 대출 수도권서 90%…타 2금융권과 비교해도 비중 커
"추가 인센티브 제공해 지역‧서민금융기관 역할 가능케 해야"

 
[사진= 저축은행중앙회]

‘서민’ 금융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저축은행이 사실은 ‘서울 서민’들을 대상으로만 대출을 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이 내준 가계대출이 갈수록 서울로 쏠리며, 전체의 70% 수준까지 늘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별로 규제를 차등 적용해 지역‧서민금융기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31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업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39조8042억원이며, 그 중 서울에 내준 대출잔액은 28조2948억원(71.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비중은 2017년 말(60.8%) 이후 매년 증가했으며, 7년 새 10.3%포인트 늘었다.  

경기와 인천을 더한 수도권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쏠림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10월 기준 수도권 가계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9%에 달했다.
 
저축은행의 서울, 수도권 쏠림 현상은 다른 제2금융권 기관과 비교해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전체 가계대출 중 서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10월 기준)은 각각 10.6%, 18.9%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38.0%, 45.9%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대형 저축은행이 서울 등 수도권에 몰린 만큼 영업도 자연스럽게 수도권 위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79곳 중 42곳이 수도권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업계 1‧2위(자산 기준)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서울을 영업구역으로 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법에 따라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상,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으로 업무구역이 제한된다. 서울 등을 영업구역으로 가진 대형 저축은행은 지방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지방 지역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 지방의 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 경기가 더욱 악화하면서 대출 영업을 하기 힘들어진 상태”라며 “특히 개인 신용대출 등은 리스크가 크고 관련 인원도 필요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 거점 저축은행들은 가계대출 영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을 확대하는 합병을 가능케 했지만, 이렇다 할 지방권으로의 영업구역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규모별로 차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보고 등 의무를 간소화해 비용을 낮추고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