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변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 향년 96세로 소천
2024-12-30 14:40
YS 최측근 상도동계 6선 의원...15대 국회 전반기 의장 역임
15대 국회 전반기(1996~1998년) 국회의장을 맡았던 김수한 전 의장이 3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은 1928년 경북 의성군에서 출생해 일제강점기 대구고등보통학교(현 경북고등학교) 재학 중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강제 퇴학 처분을 당했다. 이후 대구고등학교와 대구대학교(현 영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3학년이던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사흘 만에 육군 3사단 사령부에 달려가 '멸공' 혈서(血書)를 쓰고 학도병 1기로 자원 입대했다. 학도병 중대장을 맡으면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중대원으로 지휘한 인연이 있다.
전쟁이 끝나고 고인은 1957년 민주혁신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964년 대일굴욕외교반대 범국민투쟁위 대변인을 거쳐 1967년 제7대 국회에서 신민당 전국구(비례대표)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또 8대(서울 영등포을·신민당), 9대(서울 영등포갑·신민당), 10대(서울 관악·신민당), 12대(서울 관악·신민당), 15대(전국구·신한국당) 등 6선 의원을 지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민주화 투쟁을 함께한 상도동계로, 2015년 김 전 대통령 국가장에서는 추도사 낭독을 맡은 최측근이었다.
YS를 따라 1990년 3당 합당에 합류할 때까지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야당은 윤보선의 얼굴과 김수한의 입만 갖고 다닌다'는 말이 당시 정치권에 회자될 정도로 야당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금도 유명한 '법안 날치기'라는 표현은 그가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6선을 끝으로 의원 생활을 마무리한 뒤 한일친선협회중앙회 회장을 맡아 민간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대한민국헌정회 원로회 의장,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 등을 역임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025년 1월 3일, 장지는 대전국립현충원이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동 전 의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