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정치 문제는 NO, 무안 제주항공 참사엔 목소리...임영웅의 '소신'
2024-12-30 09:44
정치적 문제에 입을 다물었던 가수 임영웅이 국가적 참사엔 목소리를 냈다.
임영웅은 지난 27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펼쳐지는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 [RE:CITAL]'을 개최 중이다. 애초 이날 콘서트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국회에서 진행될 당시 임영웅이 반려견 사진을 올린 뒤, 한 누리꾼의 "이 시국에 뭐 하냐?"는 물음에 "뭐요? 제가 정치인인가요?"라는 답을 내놓은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여부로 관심이 쏠렸다. 해당 논란이 불거지자, 일각에선 임영웅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상황 속에서 자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진보 진영 패널로 알려진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정치인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추운 광장에 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정치인도 아니잖아요'라는 모욕적인 말로 들릴 수 있다"고 비난했다. 문화평론가인 김갑수 작가도 임영웅을 향해 "'제가 정치인인가요', '왜 거기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이런 태도는 시민 기초 소양이 부족한 모습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발언을 하지 못해도 그런 식으로 자기는 빠져나가는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면 현재까지 어렵게 한국 역사를 만들어 온 한국인의 자격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거들었다.
그러나 임영웅은 가수일 뿐, 정치적 목소리를 낼 의무는 없다. 물론 그가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국회에서 벌어질 때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던 건 '다소 눈치가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전례를 살펴보면, 연예인들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을 경우, 득보다 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임영웅은 '국민가수'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다. 굳이 '정치적 색깔론'에 편승할 필요가 없다.
대신 임영웅은 지난 29일 179명의 사망자가 나온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엔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콘서트를 연 그는 오프닝곡을 마친 뒤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들 앞에 인사드리게 됐다. 비행기 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 사고라는 힘든 상황 속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주는 모든 분께도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들과 소중한 약속이 담겨 있는 자리"라면서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진 진심과 함께 오늘 공연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 여러분께 기쁨과 즐거움을 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래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처럼 임영웅은 자신의 콘서트 시간을 할애해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자칫 무거운 사고가 언급되며 콘서트의 분위기가 처질 수도 있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콘서트 관객을 넘어 많은 이들과 함께 다시금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및 유가족의 아픔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살펴보면, 임영웅은 단지 '편 가르기'로 해석될 수 있는 정치적 논란에 관해서만 침묵했을 뿐, 자신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수로서의 '소신'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