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시즌2] 금융당국은 '횡재세' 아니라지만…은행권 팔 비틀기 계속
2024-12-23 18:05
4대 금융지주 연간 순익 전망치 17조 '육박'
상생금융 정례화·밸류업 프로그램 상충 우려
'역대급 이익' 손보사로 상생금융 확대될 듯
상생금융 정례화·밸류업 프로그램 상충 우려
'역대급 이익' 손보사로 상생금융 확대될 듯
은행권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단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생금융 지원이 2년째 이어지자 정례화 가능성에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치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은행장들은 23일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대해 금융당국은 은행권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일 '소상공인·지역상권 민생토론회'에서 은행권이 소상공인에 대한 지속 가능한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은행권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 해소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공헌 압박이 매년,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돕고자 은행들이 뜻을 맞춰 시행하는 것으로 정례화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상생금융이 매년 고정비용으로 인식되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거세다. 순이익이 줄면 그만큼 배당 여력이 감소하는 데다 내년에는 금리 인하기에 접어드는 등 경영 환경도 악화될 수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은행권에서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도 "(소상공인들이) 성실하게 상환하면 연체나 부실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은행 건전성과 경제 전반의 부채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상생금융이 '연례행사'가 되면 밸류업 계획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 문제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사회공헌 관련 지원액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방식만 달리하고 매년 상생금융을 갹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내년에는 경기 침체에 정국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기다리고 있어 상생금융 재원 마련에 대한 부담감이 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