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빌리티·로보틱스 합병 D-4...두산, 투자자·소액주주 설득 총력

2024-12-08 18:00
투자여력 1조 확보...대형 원전·SMR 수주 확대 기대
양대 의결권 자문사 의견 갈려...국민연금 9일 결정

두산 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그룹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합병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합병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의 판단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도 두 회사 합병을 놓고 다른 판단을 내렸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2일 오전 각각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분할합병 안건을 의결한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건이다.

분할합병안이 임시 주총을 통과하면 두산그룹은 지난 7월 지배·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하고 약 반 년 만에 그룹사 개편안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두산그룹은 양사 합병이 국내외 투자자와 소액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관계 당국의 지적을 의식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합병 비율을 기존 1 대 0.031에서 약 39% 오른 1 대 0.043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두산그룹도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명의로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연기금과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대표는 “중동 지역 중심 해외복합발전 프로젝트 급증, 국내복합화력 전환 프로젝트 증가, 빅테크 전력수요 증가로 인한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 발주 확대, 글로벌 원자력 발전소 건설 확대 기대 등의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매년 최소 5000억~6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적기에 신속히 투자를 진행해야만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만큼 7200억원의 차입금이 있는 두산밥캣을 떼어내면 1조원가량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분할합병안이 두산그룹의 뜻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과반 이상 지분(68.20%)을 쥐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합병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만, 두산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3분의 1 수준(30.67%)인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각국 연기금과 외국인투자자, 소액주주 등을 설득해야 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전체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와 관련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9월 기준)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9일 수탁자책임위원회를 개최하고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여부와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국민연금은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당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경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지배주주 개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과 SMR 등 미래 핵심 에너지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다른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이번 분할합병이 지배주주(두산그룹)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소액 주주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의결권 자문사도 찬반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 연구소는 양사 합병에 찬성할 것을 권고한 반면 서스틴베스트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