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 편승' 대만증시, '정치적 혼란' 한국증시…시총 차이 1조 달러
2024-12-08 16:22
대만 가권지수 올 들어 30% 상승, 코스피는 10% 하락
대만증시, AI 기업이 시총 73%...한국은 33% 그쳐
대만달러 가치 5% 하락, 원화는 10% 하락
대만증시, AI 기업이 시총 73%...한국은 33% 그쳐
대만달러 가치 5% 하락, 원화는 10% 하락
전 세계가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든 가운데 AI 붐에 편승하고 있는 대만증시와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한국증시 간 시총 규모가 1조 달러(약 1425조원) 가까이 벌어졌다고 블룸버그가 7일 보도했다.
대만 대표 주가지수인 가권(자취앤)지수는 올 들어 30% 가까이 오르면서 2009년(79% 상승)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익률 기록이 유력시되고 있다. 반면 한국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10%가량 빠진 가운데 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 최악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만과 한국 간 시가총액 차이가 9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같은 시총 차이는 양국 대표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의 주가 행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AI 선두업체 엔비디아의 주요 협력업체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는 올 들어 주가가 80%가량 급등한 반면 AI반도체의 주요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에서 고전하며 AI 흐름에 뒤처진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중 32%가량 빠진 상태이다.
AI 관련 기업의 비중 차이는 증시 전체 실적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MSCI 대만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평균 예상치는 올 들어 33%나 오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MSCI 한국 지수의 EPS 예상치는 8월에 고점을 찍은 후 5% 감소한 상태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뉴버거베르만의 얀 타우 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의 AI 서버 시장 등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대만은 이 밸류체인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며 "반대로 한국은 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환경에 별로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실적이 그리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2기에서도 대만 상황이 더 나아
이외에도 국제 증시 환경 변화가 심한 가운데 자국 내 투자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대만증시에는 긍정적 요인이라는 평가로, 국내증시 이탈이 커지는 한국증시와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비비안 파이 펀드매니저는 "대만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선호 및 여전히 흥미로운 AI 성장 테마는 증시 참여를 지속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같은 증시 차이는 통화 가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달러 대비 대만달러 환율은 올 들어 5%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원화 환율은 10%가량 오른 상태이다. 환율이 상승한 것은 통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달러 강세 여파에 아시아 통화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경제 펀더멘털의 차이로 원화의 약세가 한층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은행 크레디아그리콜의 에디 청 전략가는 "대만과 한국 모두 관세 위험에 노출돼있지만 대만의 경제 펀더멘털이 더욱 탄탄하다"며 "이는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