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질문은 언제나 사랑" 한강, 노벨상 수상자 강연 진행

2024-12-08 09:56

7일(현지시간)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강연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강연에 참석하는 교민 및 현지인들이 보안요원에게 입장을 위해 QR코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나섰다.

그는 '빛과 실'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일기장들과 함께 여덟 편의 시를 묶어 '시집'이라고 이름 붙인 종이들을 발견했다"며 자신이 여덟 살 때 쓴 시의 내용을 공개했다.

한강은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 안에 살고,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전했다.

'채식주의자'(2007년) 집필 당시 한강은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나?" 등의 질문을 계속 던졌다.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집필할 때는 "‘광주 사진첩’이라는 책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봤다"며 "인간은 인간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까지 글쓰기의 동력이 됐지만, 2~3년 전부터는 그런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1979년 4월의 나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사랑은 무얼까?'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며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부연했다. 

차기작에 대해선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지난 6일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한강은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노벨 주간’에 참석해 전 세계 독자와 만난다. 노벨 주간은 그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하고 작품 세계 등을 소개하는 자리로, 매년 12월 스톡홀름에서 진행된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