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대신 '조달 창구' 된 마통…5대銀, 사흘 만에 4723억 늘었다

2024-12-04 16:00
가계대출 조이자 '마이너스통장'으로…'리플' 효과에 코인으로 자금 몰렸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마이너스통장이 가계의 새 자금 조달 창구가 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호황까지 이어지며 이달 들어 마이너스통장으로 추가 조달한 자금만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달 29일 39조3067억원에서 이달 2일 39조7790억원으로 급증했다. 단 사흘 만에 4723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월 말에서 11월 말 한 달 사이 증가 폭인 4411억원과 비교해도 더 큰 규모다. 마이너스통장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자금을 자유롭게 인출해 쓸 수 있는 일종의 대출 통장이다.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알 수는 없지만, 해당 자금의 주된 사용처는 가상자산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사흘간 마이너스통장의 신규 개설이 불가능한 주말이 포함돼 있던 한편 최근 가상자산 리플의 가격 상승을 한국 거래소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중 하나인 리플은 2018년 1월 이후 처음 3000원대를 넘었는데,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업비트에서는 하루에만 24억9118만개의 리플 코인이 거래됐고, 이는 전일(11억5106만개)보다 약 20%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하반기 들어 5대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점도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계대출과 달리 마이너스통장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지 않은 탓이다. 은행들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를 20차례 넘게 올렸다. 또 최근엔 비대면 대출 신청을 막고, 신용대출 등 우대금리 폭을 낮추며 사실상 대출 문을 걸어 잠갔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7월 말 37조8359억원에서 8월 말 38조4062억원, 9월 말 38조5919억원, 10월 말 38조8656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말 대비 현재까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조9431억원 늘었다. 어려워진 대출 대신 마이너스통장을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