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분기까지 한은 '마통'서 153조 빌려썼다…역대 최대

2024-10-01 11:32
올 1~3분기 152.6조 차입…지난해 연간 규모 이미 넘어서
3분기 시점서 이자만 2000억원 육박…차입횟수도 역대 최다

한국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가 올해 9월 말까지 한국은행에서 약 153조원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지만 3분기가 지난 시점에 벌써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1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 1~3분기 동안 누적 152조6000억원을 빌렸다가 142조1000억원을 상환한 상태다. 올해 누적 대출 규모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이미 3분기 말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일시 차입 규모(117조60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올 들어 일시 차입 횟수도 75회에 달해 지난해(64회) 수치를 뛰어넘었다

올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1936억원에 달한 것으로 산출됐다. 역시 지난해 연간 이자액(1506억원)을 돌파했다. 이자율은 올해 1분기 3.623%, 2분기 3.563%, 3분기 3.543% 등 3%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을 많이 사용할수록 돈을 쓸 곳(세출)에 비해 걷은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다.

올해는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작년에 비해 세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의 국세 수입은 법인세 감소 등으로 작년보다 9조원 넘게 줄었다.

임 의원은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한은 일시 차입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의 일별 차입 68회 중 26회(38%)가 공무원 월급 지급일 하루나 이틀 전에 차입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임 의원은 "정부가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시급한 예산 지출을 위해 한은의 일시 차입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공무원 월급 지출 자금이 부족해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월급을 조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