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혈연 아니어도"…'가족계획' '트렁크'로 보는 시대상
2024-12-02 16:31
특히 지난달 29일 쿠팡플레이와 넷플릭스에서 독특한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드라마가 출격했다. 배두나·류승범 주연 '가족계획'과 공유·서현진 주연 '트렁크'가 그 주인공.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담은 두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먼저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은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엄마 영수(배두나 분)가 가족들과 합심하여 악당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다. 드라마 '허쉬' '슈츠' 김정민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보이스' 김선·김곡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정민 작가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정 폭력과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요즘 아이를 학대하고 방임하며 심지어는 살해까지 하는 이슈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반대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아도 서로 노력하고 애쓰다 보면 진짜 가족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출발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피'로 엮이지 않았으나 누구보다 '가족' 관계에 진심인 인물들에게 흥미를 보였다.
아빠 '철희' 역을 맡은 류승범은 인터뷰를 통해 "혈육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힘을 모아 지옥을 탈출하였다는 점이 마음을 흔들었다. 탈출구가 곧 가족인 셈이다. 자신들의 의지로 가족 구성원을 만들고 평범하기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가족의 형태가 이들에게는 천국인 셈이다. 이들의 관계성과 의미가 이 작품을 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 '영수' 역을 맡은 배두나도 인터뷰에서 "유사 가족 형태의 이야기를 응원하고 지지해 왔다. 이 작품의 설정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착한 사람도 아니고 인간 병기로 쓰이던 이들이지만 서로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치고 끝까지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히어로처럼 세계를 구원하는 것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더 마음에 와닿지 않느냐"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기간제 결혼'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요즘 시대상을 반영한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결혼이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직업으로 선택한 기간제 결혼 매칭 업체 NM(New Marriage) 소속 '노인지'(서현진 분)와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불안과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 '한정원'(공유 분)의 기묘한 결혼 생활이 그려진다. 불편한 동거 속 서로에게 스며드는 '노인지'와 '한정원'은 어느 날,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비밀스러운 결혼 뒤 숨겨진 진실과 마주한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시대상을 반영해 마냥 판타지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한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공유는 제작보고회에서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결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관전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온다는 점도 흥미롭다. 드라마를 포장하고 있는 외형, 극적인 설정들에 현혹되지 말아달라. 이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눈여겨 봐달라. 사랑과 관계에 정답은 없다"고 짚기도 했다.
최근 TV 드라마·영화 등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 유사 가족 이야기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왜일까?
이 같은 질문에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시대의 반영"이라고 답했다. 그는 "업계서도 유사 가족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이 늘고 전통적 개념의 가족이 해체되는 등 대중의 관심이 '혈연주의'에서 '유사가족' 형태로 옮겨졌다. 업계서도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형태의 가족과 구성원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과거보다 최근 유사 가족 형태 이야기가 두드러진 건 사회 현상과 이슈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