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삼성… '경영진단' 역할 주목

2024-12-01 17:00
미전실 해체 후 7년 만에 '경영진단실' 신설
과거 미전실 핵심 인사 주요 보직 재배치
임원 승진 규모 7년來 최저… DS 부진 여파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1등 그룹 삼성이 '경영진단' 기능을 부활시키며 쇄신에 나섰다.

아울러 성과주의 원칙하에 DX부문에서 승진자가 다수 배출된 반면, DS부문에서는 주요 사업인 메모리사업부장,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 등이 교체되는 등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났다.
 
7년 만에 '경영진단' 기능 부활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2025년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의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신설된 경영진단실이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 경영 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하는 사장급 조직으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친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게 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팀이 수행했던 기능이 2017년 2월 미전실 해체 이후 약 7년9개월 만에 부활했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전략, 기획 등과 함께 미전실의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경영진단팀은 미전실 해체 전까지 그룹 전반의 경영 진단과 각 관계사의 감사 및 경영 컨설팅 등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경영진단실 신설을 두고 재계에서는 향후 미전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미전실 핵심 인사들이 이번 인사에서 주요 보직에 재배치된 것도 미전실 부활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에는 미전실 경영진단팀장,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낸 박학규 사장을 이동했다. 또 다른 미전실 출신인 '전략통' 김용관 사장은 반도체 부문에 신설된 경영전략담당을 맡는다.

미전실은 1959년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해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꿔가며 60년가량 이어오다가 2017년 2월 해체됐다.

전 계열사의 인수·합병(M&A), 경영계획 수립·집행, 인사, 감사 등 그룹 계열사 경영 전반을 관리·통제하는 역할을 하며 '관리의 삼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패스트 팔로어'였던 삼성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으로는 법적 실체가 없는 조직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총수를 위한 각종 불법 행위를 주도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임원 승진 7년 만에 최저 규모… 젊은 리더 발탁
삼성전자의 올해 임원 승진 규모는 부사장 35명, 상무 92명, 마스터 10명 등 총 137명으로, 지난해 총 143명과 비교하면 규모가 소폭 줄었다. 임원 승진자 수가 140명 이하 규모로 줄어든 건 2017년 5월(96명) 이후 7년 만이다.

인사 폭은 줄었지만 젊은 리더와 신기술 분야 인재 발탁이라는 임원 승진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의 경영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성과주의 원칙하에 검증된 인재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등 인적쇄신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승진자는 DX부문이 86명으로, DS부문(51명)보다 많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의 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의 지속성장을 이끌 리더십을 보강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S/W, 신기술 분야 인재를 다수 승진시켰다. 또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경영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젊은 리더들을 발탁했다.

30대에 승진한 DX부문 CTO SR 통신S/W연구팀 하지훈 상무(39)의 경우 S/W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한 차세대 통신 S/W 플랫폼 설계분야 전문가로, 특히 vRAN 차별화 기술을 이끌며 통신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DS부문은 사장단을 중심으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5월 '원포인트' 인사로 DS부문장을 맡은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함과 동시에 메모리사업부장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며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미국통'인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기술통'인 남석우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배치해 고객 수주와 기술력 향상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기획·전략 전문가인 김용관 경영전략담당을 투입해 적재적소에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며 기술 경쟁력 복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