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의 권주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 수출통제 규제 우려… 주간 3%·10% 하락

2024-11-30 06: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장 주식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선택을 받는 덴 저마다 이유가 있습니다. 증시에서 의미 있는 등락을 보여 주는 종목은 극소수죠. '증권·주식 가치 탐구(권주가·券株價)'는 최근 한 주간 눈에 띄었던 극소수 종목의 주가 흐름과 그 배경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 수출통제 규제 우려… 주간 3%·10% 하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수출통제 규제 우려에 이번주 약세를 이어 갔습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5만420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22일 종가 대비 3.21% 하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9.51% 하락한 15만9900원을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6만원 미만 종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9월 20일 이후 47거래일 만입니다.

이날 개장 전에 미국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중국 대상 반도체 장비 및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출을 추가로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블룸버그통신 보도 내용이 알려져 국내 반도체 투심을 악화시켰습니다.

해당 반도체 수출통제 규제는 미국이 중국 업체를 겨냥한 것이지만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조항이 포함돼 이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두 반도체주는 지난 27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날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을 비판한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 수장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 보조금을 아직 받지 못한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악재로 인식된 결과죠.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삼성전자로부터 HBM3E 8단, 12단을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져 투자자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유입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삼성전자는 25일과 26일 연거푸 올랐지만, 결국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 됐습니다.
 
현대차증권,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주간 13%↓
현대차증권은 지난 29일 종가 기준 759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한 주간 13%가량 하락했습니다. 이는 주중 발표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결과입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6일 시설자금 등 약 2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어요.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3012만482주로 기존 발행주식수(3171만2562주)의 95%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현대차증권은 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시스템 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대규모 유상증자는 그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차증권 주가 하락 대부분이 지난 27일 하루에 발생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부정적 반응을 시사합니다. 유상증자 공시 이튿날인 지난 27일 현대차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1150원(13%) 내린 76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2일 종가에서 29일 종가의 하락분인 1180원과 별 차이가 없죠.
 
에코프로비엠, 코스피 이전상장 기대 상승분 모두 되돌려… 주간 0.15%↓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이전상장 기대감으로 주중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원위치로 되돌아왔습니다.

29일 에코프로비엠 종가는 13만5200원으로 22일 종가 대비 1.48% 하락했습니다. 하루 전날인 28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9200원 오른 14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하루 만에 또 9200원 내리면서 상승분을 반납했죠.

에코프로비엠이 28일 오른 이유는 이날 한국거래소가 이 종목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전날 접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코스닥보다 진입 장벽이 높고 상장 유지 조건이 더 까다로운 코스피로 이전 상장되면, 그만큼 기업 위상이 높아지고 외국인 투자자 유입과 주가 변동성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호재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코스피 이전 상장 기대감도 향후 사업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이기진 못한 것 같습니다. 추수감사일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이차전지주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전기차 시장 업황 전망과 밀접한데, 전기차 업황이 나빠지면 후방 산업인 이차전지 업황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함께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