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상법개정은 득보다 실 많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충분"
2024-11-28 15:20
상법 개정 강제시 비상장사까지 적용, 주주보호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 대신 주주보호 원칙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언했다. 상법 개정을 강제하면 비상장사까지 적용받아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상법개정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의무원칙을 만드는게 상법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주 충실의무 논의가 시작된 발단을 돌아보면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분할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상장법인은 2400여개 정도이고 상장법인 규율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바로 자본시장법인데 상법은 103만개가 넘는 비상장법인까지 적용을 받게 된다”며 “상법 개정을 통해 비상장법인을 포함한 모든 기업에 적용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의 분할‧합병 과정에서 주주보호원칙이 무너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만큼, 상장사를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원칙을 확립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주주보호원칙을 자본시장법에 넣고 합병 등 적정가치를 만들 수 있는 원칙 및 평가 적정성 등 마련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사회는 자본시장법 절차를 준수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이사회 면책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경영활동 지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원장은 백브리핑 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보호원칙의 이점을 정리한 자료를 사전 배포했다.
배포된 자료에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기본법(상법) 개정하기 보다는 자본시장법을 개정을 통한다면 상장법인의 합병 등 주주보호원칙을 특별규정으로 신설, 경제적 변화에 시의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고, 개정이 용이하다고 설명돼 있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을 통해 주주보호원칙 적용시 이사회는 절차적 의무를 준수하면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넣을 경우 내용은 추상적인 반면 이사회 의무는 실체적 의무가 되어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 등 내용이 불명확해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 회사-주주, 지배주주-소액주주 간 의무충돌 판단 기준이 부재해 기업의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지만, 주주보호원칙이 적용된다면, 의무충돌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해 규범의 명확성이 제고될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다만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원칙을 세우면 주주보호를 위한 강제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그는 “기업이 주주와 소통을 하면서 기업 상황에 맞는 주주권을 대표할 수 있는 이사들을 편입하는 고민을 해야지, 법으로 강제해서 억지로 하는 것은 안된다”며 “회사들도 주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총과 이사회에 이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발언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해 설명을 드리는 것이지 전문화되고 구체적인 안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어떤 장치로, 부처간 이견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기업 지배구조가 보다 투명하게 가야겠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그 방법이 상법 개정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짚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