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매수에 볕 드는 국내 AI 소프트웨어株… "美 증시 변화·관세 우려 영향"

2024-11-28 18:07
월초 대비 네이버 21%↑ 루닛 66%↑

[그래픽=허하영 기자]

박스권에 갇혀 '산타랠리' 기대감이 옅어진 국내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테마로 묶인 소프트웨어 종목 수익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가 이달 첫날 종가 대비 20.51% 오른 20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5.67% 오른 종가 3만8200원을 기록했다. 의료 솔루션 기업 루닛은 65.84% 상승했고, 기업용 솔루션을 공급하는 더존비즈온과 엠로도 각각 24.04%, 31.02% 올랐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달 이들 다섯 종목을 4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에서 네이버를 1962억원, 카카오를 466억원, 더존비즈온을 7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 루닛을 1068억원, 엠로를 2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상반기 글로벌 AI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고공 행진했으나 하반기 들어 부진한 반도체주와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첫날 대비 -4.80%,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11.58%, -17.13%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내년 범용 메모리 중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법(칩스법) 폐지와 모든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우려가 투심을 악화시켰다.

미국에서 나타난 반도체 등 IT 하드웨어의 하락, 소프트웨어의 상승 흐름이 국내에도 유입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미 증시에서 AI 소프트웨어 기업인 스노플레이크, 세일즈포스는 AI 관련 매출 증가와 기업 수요 증가에 힘입어 큰 폭의 상승세를 시현했고 IT 하드웨어 기업 HP와 델은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주가 급락세를 나타냈다"며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반도체에 비해 소프트웨어 업종이 미국 관세 부과 피해 부담이 작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악재에 국내 반도체 투심 악화가 지속하고 있는 반면 관세장벽 피해가 작은 한국 소프트웨어 및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우수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