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비만치료제' 시장…국내업체도 경쟁력 확보 '잰걸음'

2024-11-25 18:00
위고비 인기에 국내 제약사도 'GLP-1' 속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만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했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로 잘 알려진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GLP-1은 음식 섭취 시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다. 국내 제약업체들도 성장 이익을 함께 누리기 위해 ‘GLP-1’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유명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규모는 801억 달러(약 112조원)를 기록했다. 2028년에는 1423억 달러(약 2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연평균 12.2%의 가파른 상승세다.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은 고령화, 식습관 등으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는 비만 인구다. 세계비만연맹은 지난 2020년 당시 9억5000만명이었던 비만 인구가 2035년에는 19억10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비만치료제의 대세는 ‘GLP-1’ 치료제다. 올해 3분기 위고비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했다. 이 제품은 약물 자체로 살을 빠지게 하는 게 아닌, 식욕을 느끼지 못하게 해 살이 빠지는 기능을 발휘한다. 앞서 GLP-1 수용체의 과발현을 유도한 쥐에서 GLP-1이 기억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로운 알츠하이머(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써도 부각되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들도 GLP-1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삼중작용제 ‘HM15275’에 대한 글로벌 임상1상을 미국서 진행 중이며, 2025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GLP-1을 비롯한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세 가지 수용체를 비만 치료에 특화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를 벤치마킹했다. 임상2상에서 최고 용량군인 12mg를 투여했을 때 48주 후 24.2%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또다른 비만 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용화 시점도 2026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GLP-1 계열 약물 중 가장 뛰어난 심혈관·신장보호 효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신약 물질을 발굴하고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도우는 동시에 지방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지방 대사를 돕는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내복)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D02S와 DD03을 보유하고 있다. DD03은 HM15275와 마찬가지로 GLP-1, GIP, GCG까지 3중작용한다. 이 후보물질의 강점은 다중작용인데 경구 제형이라는 점이다. 개발 성공 시 높은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복용 편의성까지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인 신약 개발기업 뉴로보파마슈티컬스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인 'DA-1726'의 글로벌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DA-1726은 GLP-1과 GCG에 작용하는 신종 이중 옥신토모듈린(OXM) 유사체 작용제 후보물질이다. 동일한 작용기전을 가진 약물인 '서보두타이드'에 비해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제지방량(체지방 제외한 몸무게)을 유지하면서 우수한 혈당 저하 효과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