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사망 숨겨 망자 상대 판결 선고…대법 "확인할 방법 없어"
2024-11-11 15:26
40대 아들이 아버지 시신을 냉동고에 숨긴 채 이혼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법원이 당사자가 숨진 사실을 알지 못하고 판결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부친의 시신을 냉동고에 14개월간 숨긴 '냉동고 시신' 사건의 아들 A씨가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숨기고 의붓어머니와 이혼소송을 이어간 사건 판결을 지난 4월 확정했다.
A씨 아버지는 2021년 6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항소심 도중 A씨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지난해 9월 A씨는 숨진 아버지를 발견하고도 이같은 사실을 법원에 통지하지 않고 소송을 계속했다. A씨 대리인과 배우자도 A씨의 사망 사실을 모른 채 소송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년 간 A씨가 사망한 상태로 재판이 이어졌고 2심과 3심은 망자를 상대로 이혼을 확정했다. A씨 아버지의 사망 사실은 지난 1일 A씨 대리인과 A씨가 함께 이같은 사실을 자수하면서 알려졌다.
가사소송법 7조는 '변론기일 등에 소환을 받은 당사자는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출석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법정대리인이 선임돼 있다면 본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문에 법원이 A씨 아버지가 사망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이런 사건이 있었던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이 A씨의 사망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이미 확정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판결 자체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에 대한 주민 조회 권한이 없어 직권으로 판결 선고 전 당사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당사자의 출석 의무를 강화하거나 판결 선고 시 당사자가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으나, 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건은 배우자가 재심을 청구했고, 이에 따라 재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