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중동', 국내 SW 기업 진출 속도

2024-10-28 16:27
중동 디지털 수출개척단 중 SW 관련 기업 55%
국내 AI·보안, 중동 법인 설립·사무소 개소 잇따라
"해외 진출 필수인 국내 SW 기업에겐 큰 기회"

SW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자를 강화함에 따라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기업들에게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된 영향이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동 디지털 수출개척단 활동에 참여한 96개 기업 중 53개(55%)가 SW 관련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클라우드·보안 등과 관련한 SW 기업이 28곳이고, AI기업은 20곳으로 파악됐다. 중동 디지털 수출개척단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추진한 것으로 민관합동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중동 최대 IT 박람회 '자이텍스(GITEX) 2024'에 한국 디지털 공동관을 구성해 기술과 서비스를 중동 등 해외 투자자에 소개했다. 그 결과 코어무브먼트·지니언스·H2O 호스피탈리티 등이 총 400만달러(약 55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 성과를 냈다. 

최근 국내 AI·보안 등 SW 업계들이 중동 법인 설립이나 사무소 개소 등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가칭)'를 설립한다. 사우디와 디지털 트윈 등 첨단기술은 물론 소버린 AI 구축 협력을 확대한다. 최근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함께 아랍어 기반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하기로 했다. 이밖에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 딥노이드 등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또 클라우드 기반 소버린 AI 모델 수출도 추진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사우디 국영 석유그룹 아람코와 AI 클라우드 기술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퓨리오사AI, 이스트소프트, 업스테이지 등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을 소개했다. 앞서 아람코는 지난 9월 국내 AI 반도체 개발사 리벨리온, 퓨리오사AI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리벨리온 AI 반도체를 아람코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보안SW 기업의 중동 진출도 눈에 띈다. 자이텍스 2024에는 국내 보안기업 12개사가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직접 계약 1건 △상담 약 1000여 건 △상담액수 551만 달러의 성과를 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동시에 사이버보안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보안 솔루션 도입이 필수적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중동의 사이버 보안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연평균 9.6% 성장해 총 234억달러(약 32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랩은 최근 사우디에 사이버 보안·클라우드 기업 '사이트'와 합작법인(JV) '라킨' 설립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중동 시장에 최적화된 보안 솔루션과 기술을 공급하고, 위협 분석·보안 시스템 구축 기술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니언스도 이달 UAE에 신규 사무소를 개설했다. 현재 보유한 50여개의 중동 고객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앞서 38억원 규모의 사이버 보안 시스템 관련 국책 사업을 따내면서 중동에서 입지를 굳히고, 향후 유럽·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AI,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 SW 산업이 성장하려면 해외 수출이 필수적인데, 미국이나 중국이 직접 진출하기 어려운 중동 지역은 한국 SW 기업에겐 기회의 땅"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