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 유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연세대를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대학 측은 공정성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수험생들은 연세대 측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에 시험 문제 정보가 유출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 논술시험에 응시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지난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논술시험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에 나선 학생은 총 18명으로 이들 법정대리인인 학부모까지 총 34명이 참여했다. 

집단 소송을 대리하는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전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연세대 2025학년도 수시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시험 시작을 약 한 시간 앞두고 문제지를 미리 배부했다 뒤늦게 문제지를 회수했으나 논술 실시를 앞두고 문제가 유출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해당 시험에서 문항 오류도 발견됐다. 해당 논술 시험 중 4-2번 문항에서는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학교 측이 시험 도중 이를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연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연세대 측은 시험 이튿날인 13일과 1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세대는 15일 문제지를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시험에 공정성이 훼손된 행위가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다만 연세대는 재시험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연세대는 측은 "대학에서 철저하게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한 결과 이번 논술시험에서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입시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일부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미리 배부된 것부터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문제 오류를 공지한 시간과 정정한 방식이 고사장마다 달랐던 점도 문제를 삼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사전 시험지 배부로 인한 수험생 간 형평성 문제, 부정행위가 가능한 고사장 환경과 허술한 관리 감독 등으로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보인다"며 "이 상황을 그냥 넘기게 되면 앞으로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태만하고 불공정하게 대학 입학시험을 시행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 문제 유출로 인한 재시험 실시와 관련해 정부가 아닌 대학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전형은 대학 총장이 정하는 것이고 재시험 여부는 해당 대학이 판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