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 인수 시 핵심 기술진 이탈…희소금속 공급망 위태"
2024-10-16 10:26
이제중 "MBK 인수 시 사퇴할 것"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영풍 간 경영권 분쟁으로 아연뿐만 아니라 희소금속 생산을 담당하는 글로벌 공급망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진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16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아연과 연, 은,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뿐 아니라 희소금속 생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희소금속은 자연에 극소량만 존재하고 채굴이 어렵지만 산업적 가치는 매우 높다. 특히 인듐 같은 금속은 전 세계 공급처가 제한적이어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정광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극소량의 희소금속을 추출해 제품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듐, 카드뮴, 텔루륨, 코발트 등 여러 희소금속을 생산하며, 이러한 금속들은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원료로 사용된다.
고려아연이 연간 150톤을 생산하는 인듐은 전 세계 수요량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인듐은 투명성과 전기전도성이 뛰어나 디스플레이 등 전자제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듐을 공급하고 있으며, 순도 99.999%의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도 고려아연이 생산하고 있다. 코발트는 배터리 수명과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가 콩고에 집중돼 자원 확보가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아연 및 연 제련 과정에서 코발트를 추출해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니켈 제련이 확대될 경우 더 많은 코발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이 외에도 태양전지, 열전소재, 축전기,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텔루륨을 연간 176톤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희소금속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고려아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포함한 주요 기술진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MBK와 영풍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며, 기술진 이탈에 따른 파장을 경고했다.
고려아연은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아연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과 은 시장에서도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구리는 오직 재활용 원료를 통해서만 생산하며 친환경 동 생산을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