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휴대전화 압수 후 영장 기각...바로 반환 안하고 다시 압수 '위법'"
2024-10-14 12:56
수사기관이 피고인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사후 압수영장이 기각됐는데도 이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가 그사이 발부받은 새 영장으로 휴대전화를 다시 압수하는 것은 위법한 증거수집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갈, 사기,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환전소를 운영하던 A씨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현금 수거책에게 현금을 받아 이를 환치기 방법으로 중국 계좌로 송금하는 송금책 역할을 담당하는 등 조직원들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서 금전을 편취하거나 갈취하고, 조직원에게서 원화를 전달받아 그가 지정해 준 중국 소재 은행 계좌로 금전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에서 사후 압수영장이 기각됐고, A씨가 우편으로 휴대전화 반환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절하며 직접 방문해 받아갈 것을 고지했다. A씨가 휴대전화를 찾으러 가지 않는 사이 경찰은 압수영장을 다시 발부받았고, A씨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줌과 동시에 다시 이를 압수했다. 검사는 이후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복제·출력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1심은 "경찰이 휴대전화를 가져갈 것을 고지했는데도 A씨가 이를 지체했고 그사이 적법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돼 경찰관이 이를 새롭게 집행하게 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정당하고,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한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컴퓨터나 USB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그 분량이나 내용, 성격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법원이 위법한 압수를 통해 얻은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압수·수색에서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