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도외시하는 검찰… '위법수집증거' 논란 재점화

2020-03-15 14:39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또다시 '위법수집증거'를 논란이 이어졌다. 조국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날 밤에 전격 기소한 이후 진행된 강제수사와 그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가 과연 인정될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다. 

지금까지 검찰은 지난해 9월 6일 첫 공소가 제기된 이후 수집된 동양대 컴퓨터와 사모펀드 관련 증거들 모두 적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변호인 측은 공소제기 이후, 100여 차례 강제수사을 통해 얻은 증거이기 때문에 위법수집증거라고 반박했다. 형사소송법 상 공소제기 후에는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입장이라는 것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검사가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을 해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 당일 오후 10시 30분쯤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습 기소했다. 그때까지도 검찰은 정 교수를 단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완성이 임박했고 이미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모두 기소 이후에 진행됐다. 표창장 위조 혐의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각종 입시관련 서류 등도 검찰이 증거라고 제시한 것들은 모두 1차 기소 이후에 나왔다. 

그 과정에서 9월6일 공소장(1차 기소)의 내용 상당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나자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시도했다 무위에 그치기도 했다. 검찰이 전임 재판부(송인권 부장판사)에게 공개적인 항의를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6일 기소를 한 이후 11월 11일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인멸 등 혐의로 정 교수에 대해 추가 기소하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3차 추가기소를 통해 1차 공소장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철회하지 않고 별개의 표창장 위조혐의로 정 교수를 기소했다. 하나의 표창장을 두고 두 개의 공소가 제기된 셈.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3차 기소를 통해 표창장 위조를 재차 기소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한다. 1차 기소 후에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3차 기소를 한 셈이이기 때문이다.

이를 허용한다면 그럴싸한 이유로 피의자를 구속하고 공소를 제기한 이후에 수집한 증거로 재차 기소를 해도 된다는 것이 되는데, 민주적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증거불충분으로 첫 기소된 사건은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추가 기소에서는 해당 증거가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며 "인권침해가 우려되지만 검찰로서는 과오를 '공소권'으로 메우는 전략을 써 상황을 반전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