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요구 거절한 경쟁 택시 '콜 차단'…카카오에 724억 과징금·검찰고발
2024-10-02 12:00
자사 가맹 택시에 더 많은 호출이 가도록 한 이른바 ‘콜 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엔 영업비밀 제공 요구를 거절한 경쟁 가맹택시의 콜을 차단한 행위로 724억원(장점)의 과징금을 맞게 됐다.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액 기준으로 역대 4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영업 행위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반경쟁적 영업 행위라며 검찰 고발도 결정했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인 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에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 제공하도록 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제휴계약 체결을 거부한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에 ‘카카오T’ 앱(App) 일반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T 일반호출 시장서 96% 압도적 점유율
카카오의 블루택시와 같은 가맹택시는 플랫폼운송 가맹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일반호출과 별개의 차별화된 가맹호출 등을 이용해 영업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반호출은 가맹·비가맹 구분 없이 플랫폼운송 중개사업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택시기사에 제공하는 호출 중개 서비스다.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일반호출과 자회사의 카카오T블루 가맹호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중형택시 앱 일반호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96%(2022년 기준)라는 압도적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만을 차별해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행위가 일반호출 시장의 통상적인 거래관행에 반하는 것으로, 카카오 측에서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제제를 피하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 가맹택시에 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영업상 비밀인 소속 기사 정보,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호출 앱에서 발생하는 택시 운행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제휴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쟁 가맹 택시소속 기사에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 행위가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입장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가 제휴계약을 체결할 경우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의 핵심적인 영업비밀을 자신의 영업전략에 이용하게 되며, 제휴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일반호출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반호출을 받을 수 없게 돼 영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설명이다.
제휴계약에도 경쟁사 시장서 속속 철수
이 같은 영업 방식을 실행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반택시와 마카롱택시와는 제휴계약을 체결했고 우티와 타다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타다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 차단으로 소속 가맹기사들의 가맹해지가 폭증해 어쩔 수 없이 제휴계약을 체결하였고, 현재까지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시장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크게 증가하는 등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게 됐다. 또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경쟁사업자들은 사업에서 철수했고 현재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시장점유율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우티만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EU와 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들도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는 행위를 반경쟁적 행위로 보고 조사·조치하는 추세"라며 "이번 조치로 택시 가맹 서비스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과 시장 혁신의 여건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