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해병대 입대 동기인 해병대 1292기 동기들이 26일 전역했다. 다만 해병대 예비역 연대(연대)가 전역자들을 대상으로 채 상병에 대한 집단 추모행사를 계획했으나 전역자 참여율이 저조해 아쉬움을 남겼다.

연대는 이날 오전 9시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해병대 전역자들을 대상으로 동기 채 상병에게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다.

그러나 해병대 전역자들은 부대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한 뒤 예비역 연대가 마련한 머플러 기념품을 받긴 했으나 추모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았다.

당초 연대는 채 상병 동기들에게 메시지를 받고 함께 전세버스를 타고 대전 현충원으로 이동해 채 상병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전역자 참여율이 저조해 부스는 매우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전역자들은 부담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부스를 피했고 자체적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이야기를 나눈 뒤 하나둘 자리를 떴다.

결국 이날 추모 메시지 부스에 마련된 메모장은 한 장도 사용되지 않았다. 결국 연대 관계자는 마이크를 들고 전역자들에게 "동기 죽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해병대원에게 실망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일부 전역자는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말자는 지침이 있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다른 전역자는 "특별한 지침이 없었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이날 연대는 추모행사에 참석한 일부 전역자들과 함께 오후에 대전 현충원으로 이동해 채 상병 묘소에 참배했다.

채 상병과 같은 날 입대했던 예비역 병장 A씨는 추도사를 통해 "너를 잊지 않겠다. 너와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지는 못했지만 동기라는 이유 하나로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너는 나라를 위해 힘쓰다 명예롭게 순직했다고 생각한다. 해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너는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넌 것일 뿐"이라며 채 상병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