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美 규제 넘은 알래스카항공, 하와이안항공 인수로 빅5 경쟁 참전

2024-09-22 15:04

알래스카항공이 하와이안항공 인수를 완료했다. [사진=하와이안홀딩스]

미국 항공업계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알래스카에어그룹이 하와이안항공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미국 대형항공사(FSC) 5위 자리에 오르게 된 것. 특히 알래스카에어그룹은 까다로운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면서, 미국 빅4 항공사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에어그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하와이안항공 인수를 완료하며 알래스카항공, 호라이즌항공, 하와이안항공을 모두 소유하게 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미국 법무부가 최근 두 차례의 항공사 인수합병(M&A)을 저지해온 것과 달리, 이번 인수 건을 승인 결정했다는것이다.  

앞서 제트블루항공은 스피릿항공 인수를 시도했으나, 법무부는 소비자 선택 제한과 항공료 상승을 우려해 이를 막았다. 법무부는 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제트블루는 스피릿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2021년에는 아메리칸항공과 제트블루가 북동부 지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Northeast Alliance'를 발표했으나, 이 역시 법무부의 제지로 동맹이 해체됐다.

법무부는 알래스카에어그룹의 하와이안항공 인수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은 M&A 심사 시 세부 노선별 점유율을 따지는데, 이들의 합병으로 하와이와 미국 본토 간 노선 경쟁이 크게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하와이와 미국 본토간 좌석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2위인 유나이티드항공은 23%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미국 법무부는 이를 승인했다. 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사우스웨스트항공·유나이티드항공 등 빅4라 불리는 FSC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알래스카항공은 주로 미국 본토 서부에서 운항하고, 하와이안항공은 하와이와 본토를 잇는 노선에 집중돼 있어 중복 노선이 적다. 합병 후 양사 간 하와이-본토 좌석 점유율이 증가하지만, 빅4와의 경쟁을 고려해 독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알래스카항공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 하와이안항공은 2% 미만이다. 이번 인수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7%를 확보한 알래스카에어그룹은 아메리칸, 델타,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빅4와의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향후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단일 운항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에 나선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두 항공사는 통합된 승객 서비스 시스템을 갖춘 단일 항공사로 운영이 가능해진다. 합병된 회사는 알래스카 에어 그룹의 벤 미니쿠치 CEO가 이끌 예정이다.

벤 미니쿠치 알래스카 에어 그룹 CEO는 "알래스카항공, 하와이안항공, 호라이즌항공은 도합 230여년간 항공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면서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승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 세계 어디나 원활하게 여행이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