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절 맞아 트럼프·해리스 격돌 "모든 것 후퇴시켜" vs "노조 파괴자 임명"

2024-09-03 10:48
노동절 표심 공방…트럼프 이어 해리스도 'US스틸 日매각' 반대
해리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첫 공동 유세

미국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 후보들이 노동절을 맞아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한 공방을 벌였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식료품·기름값 등 급등을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탓으로 돌리며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동원해 공동 유세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으며 전국노동위원회에 노조 파괴자들을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내 첫 임기 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큰 성공을 이뤘다”고 적었다. 그는 “내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모든 노동자와 기업이 번영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당시 성과와 관련해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협상을 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과시키고 기업과 노동자에게 번영을 위한 도구를 제공했다”며 “우리는 직업 훈련 및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대선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공세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노동자 덕분에 경제 강국이 됐으나 해리스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것을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해리스 부통령 아래 모든 미국인은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에 높은 기름값, 교통비 상승,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나약하고 실패한 리더십 아래 계속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막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고 언급했다. 더힐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노조 파괴자들을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에 임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노동자가 조직할 자유가 있는 미래를 위해 싸운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프로법’을 통과시키고 노조 파괴를 영원히 끝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프로법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노동자의 노조 설립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노동 이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DNC는 노동절을 맞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꼬는 광고판을 설치했다. 광고판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에 ‘트럼프는 반노조꾼’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뜨거운 감자’된 US스틸 인수 이슈…양당 후보 모두 “매각 반대”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 지역, 그중에서도 특히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3개 주는 대선 승부를 결정할 경합주다. 이들 주는 노조에 소속된 유권자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는 철강 도시로 유명하다.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문제는 워싱턴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피츠버그에는 US스틸 본사가 위치해 있다. 이와 관련해 대선 후보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NBC뉴스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피츠버그에서 첫 공동 유세를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소개하면서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내 임기 중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원들을 향해 해리스 부통령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이 “여러분이 내릴 최고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바이든의 연설에 “고마워요, 조”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노동권 수호에 앞장서고 있다며 “저는 해리스 부통령의 옆에 서 있을 것이며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해리스 부통령은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경합주 승패에 결정적인 노동자 표심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공개 반대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발표에 대해 “우리는 (1기 재임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라며 “즉각 저지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US스틸의 지난해 철강생산량은 1575만t으로 미국 내 3위, 글로벌 24위 규모다. 세계 4위 업체인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9억 달러(약 19조9500억원)에 매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