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5인 가족에 무주택 15년도 "당첨은 남의 일"... '청약점수 인플레' 가속
2024-09-01 15:26
7·8월 서울 민간 주택 최저 당첨 가점 63.3점…최고 당첨선은 70.6점
5인 가족에 무주택 기간이 15년이더라도 서울 지역 청약 당첨을 꿈꾸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서울 청약 시장을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몰려들어 ‘청약 당첨 점수 인플레이션’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가점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모자라 청약 당첨 가능성이 다른 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패닉바잉'에 나서는 데는 높아지는 청약 경쟁률과 치솟는 당첨 가점 기준 속에서 청약 당첨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민간 아파트 7곳의 최저 당첨 가점은 63.3점으로 집계됐다.
청약 당첨 최저 기준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각각 5점 이상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청약이 이뤄진 서울 지역 아파트 9개 단지의 청약 당첨 최저 점수는 58.74점이었고, 최고 점수는 65.15점이었다.
청약 열기에 ‘희귀템’인 만점통장까지 다수 나왔다. 지난달 7일 당첨자를 발표한 '래미안 원펜타스'의 일부 평형에서 만점 통장(84점)이 최소 3개 이상 등장했는데 만점은 본인 포함 6명 이상의 가족이,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을 유지하고, 청약 통장을 15년 이상 보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작년에는 같은 기간 동안 만점 통장이 청약 시장에 나온 사례가 없었다. 당시 청약 시장에서 최고점은 79점으로 나타났다.
청약 당첨이 될 수 있는 최저 기준은 집값 활황기였던 2021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21년 같은 기간(7·8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의 최저 점수는 46.56점이었고 최고 점수는 56점이었다. 3년 사이에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최저 점수의 기준이 36% 가까이 오른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청약 통장 해지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총 2548만98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2550만6389명)보다 1만6526명 줄어든 규모로 1년 전(2583만7293명)과 비교하면 34만7430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약 점수 인플레로 인해 젊은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청약을 당첨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당첨이 될 수 있을 만한 곳은 (점수가 너무 높아) 당첨이 안되고 그 외의 아파트는 차라리 사는 게 당첨보다 나은 상태라서 청약 포기자가 대거 나타나는 것"이라며 "특히 30대는 가정을 꾸리고 자녀도 낳는 3, 4인 가족이 어울릴 만한 세대인데 (청약 시장이) 40·50세대 위주로 당첨이 되는 가점 구조에서는 불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