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잣집 자식에 밀리는 지방인재…한은 "해법은 지역비례 선발"(종합)

2024-08-27 18:30
한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 심포지엄
총재 "과도한 입시경쟁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 불렀다"
서울대 19학번 입학생 중 강남 3구 비율 12%
입시경쟁 해결법은 "SKY대 지역 비율 정해 뽑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김준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과도한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라는 파격 제안을 들고 나왔다. 강남 3구 출신의 명문대 싹쓸이를 막고 지방 인재에게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27일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켰다"며 "과열된 입시 경쟁이 완화하면 금리 조정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서울 또는 강남 지역 입학생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만 제도를 추진한다면 현재 학과별 선발제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들에 대해 결단을 촉구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부터 수도권 집값 문제까지 한번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이 총재 주문으로 관련 보고서를 상반기 내내 준비했다.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19학번 입학생 중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출신은 12%였다. 전체 학령인구 중 강남 3구 일반계고 졸업생 비중이 4%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세 배나 많은 수준이다. 상위 20% 고소득층(5.9%) 자녀의 명문대 진학률이 하위 20% 저소득층(1.1%)보다 5.4배 높다는 결과도 포함됐다.

두 계층에 속한 학생의 잠재력 기준 서울대 진학률은 각각 0.50%와 0.39%로 1.3배 격차에 그쳤지만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 등이 반영된 실제 진학률은 각각 1.53%와 0.16%로 9.6배나 차이 났다. 

한은이 제시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입학정원 내 지역별 합격자 비율을 고3 학생 비율의 '0.7배 이상, 1.3배 이하'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정원 외 선발이 아닌 만큼 낙인 효과가 작고 대학이 신입생 선발 기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서울대 지역균형전형이나 기회균형특별전형과 차이가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지역의 실제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기준 진학률 간 격차가 현재보다 6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 거주 학생에 대한 역차별, 학업 성취 하향 평준화 우려, 수도권 인구 쏠림 등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실장은 "지역 간 소득수준과 사교육 환경 차이에 따른 영향을 줄여 지방 인재를 발굴하고 대학 내 다양성을 확대하는 이점이 있다"며 "입시 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사회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