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병원에 간호사도 떠나나···의료공백 심화 불가피

2024-08-25 14:51
61개 의료기관 노조 29일 총파업 예고
조규홍 복지장관 "파업 자제해 달라"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29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공공의료 강화의 날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 공백이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간호사들이 파업을 예고하면서다. 정부는 이들에게 “집단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응급·중증 등 필수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의료 현장 혼란으로 고생하는 보건의료노조 측 고민과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환자와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며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사용자와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로 현 상황을 함께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벌여 찬성률 91%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조정에 실패하면 투표 결과에 따라 오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을 예고한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한국원자력의학원·경기도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민간병원 30곳이다. 보건의료노조 요구 사항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이다.

노조 측은 설사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등에는 필수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령’에 따라 노조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응급실·중환자실·수술 등 필수 유지 업무가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필수유지업무 정상 진료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파업 상황이 발생하면 차질 없는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응급센터 등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 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파업 참여로 진료 차질이 예상되는 의료기관은 콜센터와 지자체를 통해 안내한다.